강물인지 축산분뇨인지... "굴포천 수문 열어라"

[현장]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 앞두고 인천녹색연합, 수문 개방 퍼포먼스

등록 2016.05.19 17:40수정 2016.05.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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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입이 금지된 귤현보 보 중앙 콘크리트에 인천녹색연합 장정구·나보배 활동가가 수문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출입이 금지된 귤현보 보 중앙 콘크리트에 인천녹색연합 장정구·나보배 활동가가 수문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김종술

"웅어는 굴포천에 가고 싶다. 보를 철거하라."

"웅어는 고향에 가고 싶다. 보를 철거하라."

경인아라뱃길 상류 굴포천이 수문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떠들썩하다. 5월은 물고기 산란철이자 오는 21일은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이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국민 성금으로 제작된 투명 카약을 싣고 19일 인천광역시 계양구 굴포천을 찾았다. 갇힌 보의 수문개방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위해서다.

축산분뇨로 변한 강물엔 쓰레기와 죽은 물고기 둥둥

 귤현보 주변 강물엔 스티로폼, 가스통, 비닐, 축구공, 유리병, 타이어 등 각종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배가 빵빵한 채 산란도 못 하고 죽어간 물고기에는 파리가 잔뜩 앉아 있다.
귤현보 주변 강물엔 스티로폼, 가스통, 비닐, 축구공, 유리병, 타이어 등 각종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배가 빵빵한 채 산란도 못 하고 죽어간 물고기에는 파리가 잔뜩 앉아 있다.김종술

녹조와 적조가 뒤섞인 강물은 축산분뇨처럼 탁하다. 강물에는 스티로폼, 가스통, 비닐, 축구공, 유리병, 타이어 등 각종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배가 빵빵한 채 산란도 못하고 죽어간 물고기에는 파리가 잔뜩 앉아 있었다. 곳곳에 죽은 물고기가 썩어가면서 악취가 진동한다.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은 강과 희귀성 물고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열리는 행사다. 2014년 처음 시작되어 2년에 한 번씩 하는 행사에 올해 최초로 한국도 참여하며 녹색연합이 행사를 주관한다. 올해는 세계적으로 500개 이상의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고무보인 귤현보 하류 500m 지점.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을 비롯한 활동가들이 도착했다. 퍼포먼스를 한다는 소식을 접한 취재진이 도착하자 장정구·나보배 활동가가 투명카약에 올랐다. '웅어 너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쓰인 현수막을 펼치고 노을 저어 나간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나보배 활동가가 투명카약을 타고 귤현보로 접근 중이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나보배 활동가가 투명카약을 타고 귤현보로 접근 중이다.김종술

보에 다가갈수록 녹조와 부유물이 심각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따라가던 중 강변 차단 펜스에 걸린 무시무시한 경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붉은 글씨로 표기된 표지판은 수자원공사와 국토해양부가 출입을 막기 위해 걸어 놓았다. 더욱이 낚시를 하지 못하도록 물가에 쳐 놓은 줄에는 녹조가 미역 줄기처럼 덕지덕지 매달려있다.

'아라천은 뱃길 내 수위 조절로 수위변동이 심하고, 상류의 고무보는 일정수위 이상시 자동 도복으로 급격하게 수위가 상승하여 매우 위험합니다. 따라서 아라천의 낚시행위 등은 형법 제314조9업무방해죄 및 경범죄 처벌법 제1조 12호에 해당되어 사법당국 고발이 불가피함을 알려드리니 안전수칙 준수와 수질오염 방지 등 공공질서 유지에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류로 향하던 투명카약은 귤현보 콘크리트에 막혔다. 장정구·나보배 활동가는 '웅어 너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적힌 현수막과 '보, 비켜!', '가고 싶다!'라고 쓰인 피켓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힘껏 소리쳤다.

"웅어는 굴포천에 가고 싶다. 보를 철거하라"
"웅어는 고향에 가고 싶다. 보를 철거하라"

 인천광역시 계양구 귤현보에서 인천녹색연합 장정구·나보배 활동가가 ‘웅어 너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적힌 현수막과 ‘보, 비켜!’, ‘가고 싶다!’라고 쓰인 피켓을 슬고 시위 중이다.
인천광역시 계양구 귤현보에서 인천녹색연합 장정구·나보배 활동가가 ‘웅어 너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적힌 현수막과 ‘보, 비켜!’, ‘가고 싶다!’라고 쓰인 피켓을 슬고 시위 중이다. 김종술

 인천광역시 계양구 귤현보에서 인천녹색연합 장정구·나보배 활동가가 ‘웅어 너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적힌 현수막과 ‘보, 비켜!’, ‘가고 싶다!’라고 쓰인 피켓을 슬고 시위 중이다.
인천광역시 계양구 귤현보에서 인천녹색연합 장정구·나보배 활동가가 ‘웅어 너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적힌 현수막과 ‘보, 비켜!’, ‘가고 싶다!’라고 쓰인 피켓을 슬고 시위 중이다.김종술

각종 부유물과 쓰레기, 죽은 물고기에서 썩는 냄새까지 악취가 진동하는 그곳에서 한참 동안 수문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던 두 활동가는 귤현보 중간지점 콘크리트 위로 올랐다. 또다시 현수막과 피켓을 높이 들며 강한 목소리로 수문개방을 요구했다.

박주희 사무처장은 "경인아라뱃길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자유롭게 상류를 오가며 산란을 하던 희귀성어류인 웅어, 황복, 숭어 등이 굴포천으로 더는 오르지 못하고 있다, 어렵게 올라와도 또다시 보에 가로막혀 버린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특히 웅어는 왕에게 진상하는 품목으로 관청(위어소)까지 존재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가난한 서민들도 강가에서 웅어를 잡아먹었을 정도로 흔하고 서민적인 생선이다, 현재는 한강과 서해에서 일부 잡히고는 있지만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인간이 만든 하굿둑과 방조제, 댐과 보 등 하천의 인공구조물이 하천의 연속성을 단절시키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끝으로 "일각에서는 어도로 물고기 이동을 보장하겠다고 하지만, 어도는 물고기 이동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만큼 물고기와 수생태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문개방만이 답이다"며 "이미 국제사회가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과 다양한 어류들의 계절별 이동을 위해 보와 댐을 철거하는 만큼 우리도 민관차원에서 개선책이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굴포천은 축산분뇨처럼 갈색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굴포천은 축산분뇨처럼 갈색이다.김종술

한편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은 5월 21일이다. 녹색연합에서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충남 금강 공주보, 전북 새만금 백구제수문, 전남 섬진강, 전남 영산강 하굿둑, 경남 낙동강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며 현장으로 오거나 녹색연합에 문의하면 된다.
#아라뱃길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 #인천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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