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현재 히로시마이다. 두 강줄기가 갈라지는 <가> 지역이 히로시마 평화공원이고, <다>는 히로시마성, <사> 지역은 우지나항이다.
이경숙
원자폭탄 투하로 기억되는 히로시마, 피해자 일본 강조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히로시마에 간다고 한다. 히로시마는 원자폭탄 투하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도시이다. 지금은 원폭돔에, 평화공원에, 평화기념 자료관까지 들어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염원하며 머리를 숙이는 곳이다.
히로시마에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넉넉한 강줄기들이 있고, 사람들은 차분하다. 평화롭다.
그런데 피폭의 눈물로 만들어낸 '평화도시' 히로시마는 우리에게 매우 불편하다. 미국의 원폭이 정당화될 수야 없겠지만, 2차 대전 내내 군사도시였던 히로시마는 반성이 없었다.
지금도 평화기념 자료관에는 피폭으로 멈춰버린 시계, 잔해만 남은 세발 자전거로 피해자 일본만 전시하지, 수십 년 이웃나라들을 점령하고 착취했던 가해자 일본은 없다.
세계인을 불러모으는 평화공원답게 히로시마 평화공원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참배객이 드나든다.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은 관광버스에서 쏟아져 내리는 발랄한 중고등 학생들. 깃발 든 나이 지긋한 해설사가 학생들에게 1945년 피폭당한 나무도 소개하고 원폭사망자 추도 기념관도 안내한다.
달팽이관처럼 생긴 추도 기념관은 지하 1층에서 천천히 원을 따라 돌면 지하 2층에 도달한다. 그렇게 내려가는 동안 벽면에는 히로시마 피폭 관련 사실들이 적혀 있다. 그 안내문 중 조선인과 중국인 피해자가 있었다는 간단한 글도 있다.
2013년 잠시 히로시마에 있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번이나 해설사와 학생들 팀을 따라 그 길을 내려갔지만, 외국인 희생자가 있었다는 안내를 하는 해설사를 나는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