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스님에 빠지다> (지은이 조정육 / 펴낸곳 ㈜아트북스 / 2016년 5월 2일 / 값 25,000원
㈜아트북스
<옛 그림, 스님에 빠지다>(지은이 조정육, 펴낸곳 ㈜아트북스)는 불교에서 말하는 세 가지 보물, 불·법·승 중 이미 펴낸 <옛 그림, 불교에 빠지다> <옛 그림, 불법에 빠지다>에 연이어 펴내는 시리즈물로 '옛 그림'과 '승'을 꿰어 설명한 내용입니다.
책에서는 동아시아 스님 48분, 인도의 스님 6분, 중국의 스님 19분, 한국의 스님 14분, 일본의 스님 9분의 생애와 그 스님들 생애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거나 스님의 생애를 연상시키는 옛 그림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불교사에서 내로라하는 49분 대덕고승들의 수행이력, 옛 그림 50여 편이 담고 있는 이런 감상 저런 배경이 짬짜면처럼 차려져 있어 님을 만나듯 스님 이야기를 읽고 뽕을 따듯 그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일석이조가 따로 없습니다.
중식당에 짬짜면이라는 메뉴가 등장한 지 몇 년 됐습니다. 짬뽕은 짬뽕대로 맛있고 짜장면은 짜장면 대로 맛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을 한꺼번에 먹는 건 여러 면에서 곤란했습니다. 하지만 짬뽕과 짜장이 반반씩 차려지는 짬짜면이 나오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짬뽕과 짜장면 모두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짬짜면은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일석이조의 메뉴가 분명합니다.
짬짜면 먹듯 옛 그림 감상과 승보 이야기 읽기를 함께
경망스럽다 할지 모르지만 <옛 그림, 스님에 빠지다>가 그렇습니다. 짬짜면을 먹듯 '옛 그림'을 감상하며 '스님 이야기'를 읽고, '스님 이야기'를 읽으며 '옛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짬짜면이라는 메뉴가 실감 나지 않는다면 후라이드 치킨과 맥주, 돼지족발에 소주, 김치전에 막걸리 같은 구성이라 해도 아주 빗나간 표현은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사랑은 주는 것이다. 상대에게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다. 내어주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어도 더 주고 싶은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상대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행여 상대를 위한다는 구실로 구속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다. 온전히 나를 다 주었는데도 돌아가서 가는 사람에게 서운해 하지 않는 것이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고 저주 진언을 퍼붓는 대신, 가시는 걸음걸음 놓은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도록 축원하는 것이 사랑이다."(본문 247쪽)의상 대사를 사모한 선묘 낭자의 사랑이 이랬나 봅니다. 부처님 십대 제자인 아난존자와 가섭존자는 중국 둔황 석굴사원에 있는 칠존상으로 감상하고, 경허 선사의 생애는 김홍도가 그린 호랑이 그림으로 연상되니 옛 그림에서 스님 생애를 읽고 스님 생애에서 옛 그림에 감춰진 뜻을 헤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