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추모의 공간역사에 마련된 추모공간
이명옥
2015년 8월 강남역 사고 이후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 시 열차 감시자를 동행해 2인1조로 출동하고, 출동 사실을 역무실과 전자운영실로 통보하라는 매뉴얼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30~50건의 고장 신고가 접수됩니다. 고작 6명이 지하철 49개 역을 담당하는 구조에서 2인 1조 출동이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가장 값싼 외주 업체를 사용하면서 관리 감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서울메트로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고 당시 구의역에 근무하던 역무원은 수리하러 작업자가 왔다는 말만 듣고 현장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보고를 받았으면서 사실 확인조차 안 한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 아니던가요? 매뉴얼은 전혀 소용이 없었던 셈입니다. 외주업체를 쓰는 서울메트로의 인명 피해가 잦습니다. 반면 정식 직원을 채용하고 2인 1조 작업 규정을 지키며 보수 공사에 참여한다는 5~8호선은 지난 2012년 이후 스크린도어 수리로 인한 인명 사고가 단 한 건도 없다고 합니다.
마음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구의역에 가봤습니다. 청년들이 와서 메모를 붙이고 국화꽃을 놓으며 추모하더군요. 한 청년이 컵라면을 가지고 와 메모와 함께 놓고 갔습니다.
그대가 잘못한 것이 아닙니다.사회가 구조가 우리 모두의 잘못입니다.죄송합니다.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던 송경동 시인의 절규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나라 전체가 여전히 세월호 속에서 침몰 중입니다. 열아홉 청춘, 기억하시나요? 스크린도어에 끼어 숨진 열아홉 청년이 세월호가 수장시킨 단원고 아이들과 같은 나이라는 사실을요.
세월호로 희생된 아이들이 살아있었더라면 올해 2월 졸업을 했을 겁니다. 구의역에서 희생된 청년은 올해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 7개월 차인 새내기 하청업체 노동자였습니다. 책임감 강한 맏이였던 그 청년은 임금 144만 원에서 동생에게 용돈도 주고 지난 1월부터 한 달에 100만 원씩 적금을 부었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의 호소문을 옮깁니다. (관련 기사 :
"산산조각 난 아이에게 죄 뒤집어 씌웠다")
"우리 아이를 기르면서 책임감 있고 반듯하라고 가르쳤다. 우리 아이 잘못 큰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둘째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책임감 있고 반듯하게 키우지 않겠다. 책임자 지시를 잘 따르면 개죽음만 남는다. 산산조각 난 아이에게 죄를 다 뒤집어 씌웠다. 둘째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첫째를 그렇게 키운 게 미칠 듯이, 미칠 듯이 후회된다.우리 아이 겉모습은 무뚝뚝하지만 속 깊고 착한 아이였다. 그 나이에도 엄마에 뽀뽀하며 힘내라고 말하는 곰살맞은 아이였다. 대학을 포기하고 공고를 가며 돈을 벌겠다고 스스로 선택했다. 장남으로 책임감으로 공고를 가서는 우선 취업해 가정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대학은 나중에 가겠다고 했다."어쩌면 이리 세월호와 닮았을까요. '선생님과 어른들 말 잘 듣고 가만히 있으라' 가르침 받았던 아이들이 희생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