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솔아' 김원석 작가, 제주 설화로 판타지 동화 출간

'문전본풀이' 소재로 한 신작 동화 <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

등록 2016.06.05 11:39수정 2016.06.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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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을 노랫말로 미소 짓게 했던 '예솔아'의 작가 김원석이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 동화 <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아래 녹디생이)를 출간했다. 동시와 동화, 동요 등 아동문학 전 분야에 걸쳐서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쳐온 원로 작가의 신작이 더 특별하게 주목받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제주도 설화를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 김원석 작가의 <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 표지
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김원석 작가의 <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 표지 머스트비
<녹디생이>는 제주도에서 전승되어온 설화 '문전본풀이'에서 이야기 구조를 가져와서 2016년 오늘, 서울시 구로구의 공간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문전본풀이'는 측간신(화장실신)과 조왕신(부엌신)이 사이가 좋지 않은 사연을 담고 있는 설화로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김원석 작가는 이 설화의 한 부분인 조왕신의 막내아들인 '녹디생이' 이야기를 간추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특히 작가는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책의 주 독자와 또래인 초등학교 4학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선택하여 설화 속으로 끌어들였다. 게다가 어린이들에게 낯선 제주도의 재래식 화장실이 아니라 너무나도 익숙한 서울의 아파트 화장실이 사라져버리는 공간과 사건의 설정을 통해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판타지 동화로 다가간다.

<녹디생이>는 저자도 직접 밝히고 있듯이 '판타지 동화'이다. 그래서 현실과 다른 판타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다이내믹한 이야기는 어린이 독자들이 몰입하기에 충분히 흥미롭다.

그런데 이 동화는 '판타지'라는 측면에서 두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첫 번째는 기존의 판타지가 담고 있는 이국적인 내용, 소재가 아니라 우리 삶과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판타지는 해외에서 흘러들어온 이방 문학처럼 여겨져 왔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같은 대표 판타지 소설들은 우리 문화와는 이질적인 소재와 내용을 담고 있어 먼 나라, 다른 세계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이런 작품들 외에도 최근 몇 년 간 어린이들 사이에서 많이 읽힌 <제로니모>나 <참시커> 시리즈와 같은 작품들 역시도 우리의 정서와 거리가 먼 이야기들로 구성된 판타지들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녹디생이>는 이국적인 판타지 소설과는 다른 '판타지 동화'로 제대로 된 판타지의 세계를 구축해 냈다. 다른 판타지 소설들이 그려온 세계와는 다른,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방식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특별한 판타지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측간과 부엌이 나오고, 기사단 대신 해동청 군단이 등장한다.


이 동화의 '판타지'가 특별한 두 번째 이유는 '동화'의 영역에서 다뤄진 본격적인 판타지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해리포터> 류의 판타지들, 이후에 쏟아져 나온 수많은 국내 작가들의 판타지들은 '소설'의 범주에서 이야기 된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들은 '동화'와는 다른 영역으로 취급되었는데, 이는 마치 무협소설들과 비슷한 차원에서 독자층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녹디생이>는 완벽한 판타지인 것이 분명하지만, 기존 판타지 소설과는 달리 '동화'의 영역으로 읽힌다. 어린이 독자들에게 맞춰진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은 물론, 정정당당함과 의로움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동화가 갖는 교훈적 요소도 매우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즉 아동문학의 한 축인 '동화'로 창작된 제대로 된 판타지라는 데는 이견을 달기 어렵다.


특히 작가는 '문전본풀이'를 속에서 화장실과 부엌의 배치, 집안의 동서남북의 의미 등의 풍습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전통 문화를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먹는 것만큼 배설도 중요하다며 공생하고 소통하는 것의 교훈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해 설화를 소개한 책들은 많이 있었다. 설화를 그대로 소개하거나, 조금씩 가공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녹디생이>는 설화 한 부분을 중심 소재로 끌어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클리너' '텅캔' '짠' '텀벙' '해달'과 같이 등장인물의 이름을 판타지 소설화 하는 등 판타지 동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는 잘 알려진 우리 고유의 설화들, 각 지역마다 지방마다 우리의 삶 속에서 깃들어 있는 다양한 설화들이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제대로 보여준다 하겠다.

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 - 다시 살아난 제주 신화

김원석 지음, 송진욱 그림,
머스트비, 2016


#김원석 #녹디생이 #문전본풀이 #설화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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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문학가, 시인, 출판기획자 * 아동문학, 어린이 출판 전문 기자 * 영화 칼럼 / 여행 칼럼 / 마을 소식 * 르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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