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김예나 기자 = '검사장 주식 대박' 논란에 연루됐던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이 결국 주식매입 대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뒤늦게 시인했다.
애초 넥슨은 이 사안을 '개인 투자자들끼리의 거래'로, 회사와는 무관하다며 거리를 뒀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와 법무부 등이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 이후 진실이 점차 밝혀지기 시작하자 스스로 자금거래 사실을 인정하고 말았다.
이는 넥슨이 '부적절한' 금전거래를 해놓고도 사실을 장기간 함구한 셈이 돼 기업윤리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논란은 올해 3월 발표한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시작됐다. 진경준 검사장이 평검사 시절인 2005년 넥슨 주식을 4억2천500만원에 사들였고, 이 주식이 일본 증시에 상장된 이후인 작년에 처분해 120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현직 검사가 매입이 매우 어려웠던 게임사 비상장 주식을 취득해 '대박'을 낸 만큼 사건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진 검사장은 넥슨의 창업주이자 최고결정권자인 김정주 현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과 서울대 동기 사이다.
넥슨은 논란이 불거지자 '진경준 검사장이 해명할 문제'라면서 이 주식 거래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진 검사장이 서울대 동문이자 김정주 회장의 지인들인 김상헌 네이버 대표와 박모 전 NXC 감사와 함께 주식을 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특혜 논란'이 커졌을 때도 넥슨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4일 진 검사장이 넥슨에서 4억2천500만원을 송금받은 사실이 공직자윤리조사위에서 드러났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넥슨의 태도는 달라졌다.
그제서야 넥슨은 "진 검사장을 포함한 주식 매입자 3명 모두에게 주식매입 대금을 빌려주고 돌려받았다"는 내용의 짤막한 입장을 내놨다. 세간의 의혹에 줄곧 함구해오다 거래의 실체가 확인되는듯하자 대금 대여 사실을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 넥슨은 "애초 개인 투자자 사이의 거래라 회사가 원칙상 먼저 확인을 할 수 없었고 이후 이 사안이 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 대상이 되면서 언급을 하기가 어려웠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회사 자금이 투입된 거래를 단순히 개인 사이의 일로 보기 어려운 데다 이 과정에서 김정주 회장이 얼마나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창의력과 젊음을 강조하며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으로 쌓아온 넥슨의 대외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창업주와 친분만 있었지 게임 업계와는 무관했던 인사들에게 비공개로 자금 대여 혜택까지 주면서 지분을 넘겨준 것에 대해서도 도덕적 비난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게임업계에서 일했던 한 종사자는 "정보기술(IT)기업은 일반 기업과 달리 순수하고 도전적인 벤처 정신이 바탕이라 생각해왔는데 게임 유저 등 일반인의 배신감이 정말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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