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격려에 답례인사하는 고공농성자지난해 2월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연대팀장 인천계양지회 장연의(왼쪽)씨가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조직부장 서광주지회 강세웅 조합원과 고공농성을 하던 모습.
유성호
고공농성 당시 첫날부터 찾아온 매서운 추위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광고탑 안 조그만 틈으로 다람쥐처럼 숨어 들어가 바람이라도 피할 수 있었지만 저를 지키기 위해 그 추운 겨울을 차가운 길바닥에서 맨몸으로 버텨야 했던 수많은 동료들. 또 우리를 함께 지키기 위해 찾아 주신 수많은 시민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고공농성 중에 했던 인터뷰 하나가 생각납니다. 내려가면 뭘 제일 하고 싶냐는 기자의 물음이었습니다. 생각할 것도 없이 '내려가면 제일 먼저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따뜻한 방에서 한숨 자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마 이 바람은 저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고공에서 장기간 투쟁을 하는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들의 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마음으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을 만드는 데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런 뜻깊은 일을 같이 할 자격과 능력이 되나 망설이기도 했지만, 이 집이 저처럼 다시 싸워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민중들에게 소중한 공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집을 통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교류하며, 연대의 기운을 높여나갈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짧은 경험이지만 저와 제 동료들이 통신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싸우며 얻게 된 소중한 경험도 함께 나누는 집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보급창이나 후방기지처럼 불의에 맞서는 각종 투쟁의 현장에서 지친 이들이 잠시 잠깐의 휴식과 '꿀잠'을 통해 기운을 회복할 수 있는 집. 다른 세상에 대한 꿈을 함께 꾸고 나누는 집. 그런 아름다운 '비정규노동자의 집'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좀 더 많은 이들의 힘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이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또 다른 아름다운 연대 운동의 현장이 되기를 꿈꿔봅니다. 큰 주춧돌이 되어주셔도 좋고, 작은 벽돌 한 장이 되어주셔도 좋습니다. 부엌의 밥 공기 하나가 되주셔도 좋고, 마당의 꽃 한 송이가 되어주셔도 좋습니다. 부디 이 집이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꿈의 집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 첫걸음을 떼는 창립대회를 6월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9층 강당에서 갖게 됩니다. 함께 지켜봐주시고, 걸음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