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의 10년간 <한겨레>의 자살보도 핵심어 52개 출현 빈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워드클라우드 분석을 실시했음. 단, 연구팀이 직접 어휘별로 범주를 나누지는 않았으며 기자가 다른 사회학자들의 이론을 참고해 나눴음을 밝혀둠.
하지율
연구팀은 10년 동안(2005~2014) 자살 관련 기사 제목의 핵심어를 추출해 출현 빈도를 분석했다. 추출은 <조선일보> 기사 1308건, <한겨레> 기사 1303건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제목은 기사의 대표성과 방향성을 드러내고, 수용자의 시선을 본문으로 유도하며, 포털이 메인에 올릴 기사를 선택할 때 중요한 참고가 된다. 위 자료는 <한겨레>측 핵심어들의 출현 빈도를 글자 크기로 나타내는 워드클라우드 기법으로 시각화한 결과다.
연구팀은 "각 핵심어들의 등장 빈도와 중심성 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조선일보>가 자살을 학교폭력, 장자연, 자살방법/행위 등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한다면, <한겨레>는 학교폭력, 여성, 노동자, 자살방법/행위 등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며 "<한겨레>는 <조선일보>보다 다양한 계층의 문제 또는 사회문제의 시각에 비중을 뒀다. 여성, 재소자, 군대, 학생, 교수,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에서 발생하는 자살문제를 보도하면서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차원의 문제로 접근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연구팀은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자살문제를 보도할 때 공통적으로 장자연, 카이스트 사건과 같은 유명인의 자살이나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 등과 같이 특정한 자살사건이나 이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공통적으로 구체적인 자살방법이나 장소 등과 관련한 내용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겨레>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조사 대상은 <조선일보>와 <한겨레>에 그쳤지만 이 딜레마에서 자유로운 언론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자살' '시도' '기도' 등의 말을 쓰지 않고 개인 책임으로 돌리지도 않으면서 제한된 헤드라인 내에서 자살 관련 소식을 알리는 건 상당히 어렵다. 물론 불가능하진 않다. 노력하면 최소화는 가능하다. 연구팀의 전반적 진단과 별도로 연구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세 분석을 해봤다.
구체적 자살 상황을 묘사하고 개인 차원(특히 유명인)으로 돌리는 어휘들을 '모방자살 유도어'로 분류해보면 <한겨레>는 <조선일보>보다 그 출현 빈도가 낮았다. 결과는 투신(44), 장자연(35), 분신(18), 충동(17), 기도(16), 시도(15), 노 대통령(12) 순 총 '157'이었다. 반면 <조선일보>는 장자연(51), 투신(49), 동반(21), 노 대통령(16), 기도(16), 시도(16), 목 매(10), 연예인(9), 아파트(9), 한강(9), 선택(9) 순 총 '218'이었다.
또한 <한겨레>는 자살을 다양한 계층 문제로 접근하는 '인물어'나 자살이 일어난 맥락이나 수사 과정 등을 고려하는 '정황어'의 빈도도 <조선일보>보다 높았다. <조선일보>보다 자살을 직접적, 자극적, 개인적 차원이 아닌 맥락적, 심층적, 사회적 차원으로 다루는 셈이다. 흥미로운 건 이와 반대로 <한겨레>는 <조선일보>보다 '가족주의 관련어'나 '예방상담 관련어'의 빈도는 확연히 낮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자살은 가족과 테라피를 넘어선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