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89갤러리, 2016년 4월, 최주영 작가
최주영
"동판화의 '마니에르 누아르' 표현은 수묵담채화의 농담의 효과나 기법과 다르지만 감성 표현법에서 비슷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기법 위주로 배우고 유럽에서는 감성, 감정위주로 배웁니다. 유럽에서 공부하면서 한국적 감성을 다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다룰 때 자신을 먼저 바라보았습니다."
-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분이 있으신가요?"할아버지와 아버지입니다. 두 분 모두 그림을 자신의 몸처럼 좋아하셨습니다. 전문 화가는 아니지만 그림을 그리시기도 하십니다. 제가 집안의 가업을 잇기를 원하셨기에 할아버지와 부모님은 저의 재능은 칭찬하셨으나 전문 작가의 길은 크게 반대하셨지요. 그러나 지금은 저를 인정해 주시고 좋아해 주십니다."
- 예술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지요?
"행복한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정화하면서 걸러진 마음들을 그려내고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만 16세에 혼자서 프랑스 유학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무엇인가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순수한 마음과 믿음으로 계산하지 말고 바보처럼 그냥 하십시오. 그냥."
어린 최주영 작가에게 어찌 어려운 시절과 과정이 없었겠는가. '바보처럼 그냥 하라'는 말 속에 자신이 그것을 얼마나 갈망하고 원했는지를 다 보여 준다. 그 갈망 앞에 상황이나 환경은 작은 언덕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녀에게서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한 믿음과 그것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나누는 즐거움과 의미, 용기와 열정이 점점 더 커져가기 때문이리라 짐작해 본다.
그 이후, 오를레앙 전시 소식을 보내왔다. 사군자재단은 2004년 오를레앙에서 최주영 작가가 창단했다. 오를레앙 전시 주최는 최주영 작가와 사군자재단이다. 한국 사군자가 프랑스에서 뿌리 내리는 과정을 보았다.
1세대는 창단자인 최주영 작가, 2세대는 최주영 작가가 길러낸 프랑스인 사범들이며, 3세대는 프랑스인 사범들의 연구생들이다. 이들이 모여 그들의 아뜰리에를 오를레앙 시민들에게 열어 보인다.
< 한국화 퍼포먼스, 오를레앙, 2016년 5월 >
10년이 된 사군자 연구반 프랑스인 제자들이 사범이 되어서 그들의 제자들과 3대가 어우러져 오를레앙에서 퍼포먼스를 한다. 모두 '아젤꼬 오를레앙 시민학교' 강사들이다.
프랑스에 올 때마다 오를레앙에서 강의하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즉흥 퍼포먼스는 마음으로 그리고 답하며 함께 시를 쓰듯 즉흥으로 난과 대를 치고 난 후 글도 함께 쓴다. 한국화 기법만 배워서는 소통할 수 없는 작업이다.
최주영 작가가 '나비와'를 쓰고, 르네(Renée)씨가 '꽃잎이' , 마리폴(Marie-Paule)씨가 '빛에', 클레르(Claire)씨가 '바람과' , 로렌스(Laurence)씨가 '봄비를' ,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주영 작가가 '맞이합니다' 라고 쓴다.
한류문화의 진수를 현지인과 더불어 맛을 내고 있다니 멋지지 않은가. 프랑스 시민들은 무엇을 썼는지 궁금해 하고 사범과 제자들은 설명을 한다. 시민들이 즉흥으로 그림과 글을 쓰는 것에 놀라고 신기해 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점점 잊히는 우리의 문화 예술을 프랑스에서 뿌리 내리는 것, 아름다움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