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바라본 용강서원
정만진
용강서원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당인 숭현당(崇賢堂)이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강당의 마루를 기준으로 왼쪽 방에는 사의실(思義室), 오른쪽 방에는 수덕헌(修德軒)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어떻게 살아야 바른 삶인지를 생각하고, 늘 덕을 쌓기 위해 노력하며 하루하루 진지하게 생활하라는 권면의 말씀을 새겨놓은 것이다.
용강서원은 본래의 건물인 용강재를 잘 보존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서당이 아니라 서원이므로 사당인 충렬사가 경내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당에는 앞에 말한 것처럼, 허유전, 허득량, 허복량 세 분이 모셔지고 있다. 경내에는 또 서원의 역사와 관련 인물들의 업적을 담은 용강서원 원정비(院廷碑)가 있어 볼 만하다. 그뿐이 아니다. 이 서원은 뒷뜰에 와룡산을 거느리고 있으니 더 이상 경치와 운치에 대해서는 중언부언을 할 까닭이 없다.
서원 뒷뜰에서 와룡산을 바라보며 허득량이 남긴 시 두 편을 읽어본다.
我武何時用 나의 무용을 어느 때 쓰리오平生劒自知 평생 칼만 스스로 알았도다勁哉原上草 굳세도다 언덕 위의 풀이여特立疾風吹 태풍 같은 바람에도 우뚝 섰구나漢水南之北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남한강이여龍盤虎踞雄 웅장하고 견고한 천혜의 요새로다帝鄕多壯麗 임금의 고을에 뛰어난 장사가 많으니坐我一盃中 홀로 앉아 한 잔 술을 기울이네혹시 '갑자기 웬 술?' 하고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는 독자를 위해 덧붙이자면, 시의 마지막 구절은 결코 돌연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라에 훌륭한 장수들이 많으니 마음이 놓여 혼자 앉아 있어도 저절로 주흥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자나깨나 나라의 안전과 평화만 생각하며 지내는 장군다운 발상이다. 한강의 지형이 요새이고, 또 나라에 우수한 장수들도 많다는 생각에 허득량은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그의 나라사랑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원에 왔으니 사당에 모셔져 있는 세 분께 한 잔 술을 올리고 싶다. 서원을 관리하는 분이 지금 계시면 그것이 가능한지 여쭈어 볼 일이다. "누가 계십니까?" 하고 조심스레 물어본다. 그때 문득, 찾아온 이를 반겨 허유전, 허득량, 허복량 세 분께서 "어서 오시게. 오늘 날씨도 청명하지 못한데 이리 찾아 오셨군 그래." 하고 화답해주시는 듯한 음성이 창공에서 은은하게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