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건설 용역 결과 발표를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성호
지난 21일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됐습니다. 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용역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이 현재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최적의 대안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간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두고 정치권을 비롯해 TK지역과 PK 지자체 및 주민 간의 갈등이 격화됐는데, 이번 결정은 이 갈등의 이유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한 선택은 옳습니다. 물론 정치권이 지역주민들의 욕망을 자극하며 포퓰리즘적 공약을 남발한 것은 문제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정부예산을 절약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결정은 현명했습니다.
그렇다고 김해공항이 사실상의 신공항이라는 희한한 주장을 하는 청와대나 일부 정치권 인사의 섣부른 발언들에 박수를 쳐줄 수는 없습니다. 헛된 공약으로 국민적 갈등을 불러오고, 지역주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긴 그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며,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사과함이 옳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러한 공약을 선거 때마다 남발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대통령이 됐지만 공기업 채무를 대폭 눌리고 자연환경을 파괴한 뒤 퇴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 재개발 공약을 남발하며 18대 총선에 당선됐지만 그 모든 약속을 허투루 돌렸던 일부 서울지역의 국회의원들, 그들의 헛된 공약과 그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허탈함을 느껴야만 했던 이유엔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한탕주의', '황금 만능주의'가 있지는 않았는지를 말입니다.
우리 지역이 잘 사는 문제만 시급할까?일례로 2010년 한나라당을 방문했을 당시, 제가 사는 곳의 지역구 의원이 LH공사 본사를 경남 진주에 유치했다는 것을 자랑하며, '균형발전'에 공헌했다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쳐줬는데요. 전주와의 경쟁에서 이겨 LH공사 본사를 유치했음을 자랑했습니다. 경남보다 전북이 더욱 발전이 필요한 곳인데 말입니다.
저는 그때 '우리 지역에 혜택을 가져오는 정책이면 무엇이든 옳다' '이 나라의 균형발전보다 우리 지역이 좀 더 잘 사는 문제가 시급하다'라는 우리 이웃들의 핌피현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영남권 신공항 갈등에서도 이런 핌피현상이 목격됩니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김해공항에 새로운 활주로를 깔고, 연 28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터미널을 신설하는데 총 4조 3664억 원이 든다고 합니다. 밀양의 경우 6조1천16억 원, 가덕도의 경우 10조 6천929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는데요. 이 모두가 세금인 점을 감안하면 무엇이 더 현명한 선택일까요?
물론 저 역시 경남 지역 거주자 중 한 명으로 가까운 지역에 신공항이 건설되길 바라는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공사 과정 중에 일어날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이 지역경제의 활성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공사과정에서만 12조 원에 달하는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죠? 그러나 무리하게 혈세를 투입해 우리 지역의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우리 지역만을 위한 이기심 아닐까요?
'무지의 베일'을 활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