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 극우정당 "우리도 영국처럼" 목소리 높여
(브뤼셀·파리·서울=연합뉴스) 송병승 박성진 특파원 김남권 기자 = 영국이 23일(현지시간) 시행한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라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하면서 EU의 통합정신에 커다란 상처를 냈다.
영국의 EU 이탈은 단순히 EU 회원국 수가 한 개 줄어든다는 의미 이상의 파급력을 가진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유럽 다른 나라에서도 EU 탈퇴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유럽의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개표 과정에서 브렉시트가 확실시되자 자국에서도 EU 탈퇴를 위한 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은 투표 결과가 나온 24일 브렉시트를 반기며 프랑스의 EU 탈퇴(프렉시트)를 촉구했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트위터에 "자유를 위한 승리! 내가 여러 해 동안 요구했듯 프랑스에서 똑같은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소정당인 국민전선은 프랑스 내 영향력이 제한적이었으나 작년에 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한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반이민 정서에 힘입어 돌풍을 일으켰다.
네덜란드의 극우정당도 브렉시트를 반겼다.
네덜란드 극우정당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스 당수는 영국처럼 네덜란드의 EU 탈퇴(넥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빌더스 당수는 성명에서 "우리는 국가와 재정, 국경, 그리고 이민 정책을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 국민의 54%가 EU 탈퇴 국민투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에서 '반(反) EU, 반 이민'을 기치로 내건 북부리그의 마테오 살비니 당수도 이날 브렉시트 진영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 트위터에 "영국의 자유 시민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는 글을 남기고, 이탈리아도 EU 탈퇴 국민투표를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 이탈리아 로마 시장을 배출하는 쾌거를 이룩한 신생정당 오성운동(M5S) 진영도 반EU 정서를 갖고 있다.
오성운동은 브렉시트 투표일인 23일 당수인 베페 그릴로의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유럽을 떠날 생각은 없지만 EU의 권한은 축소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덴마크도 영국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큰 나라로 꾸준히 거론됐다.
덴마크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유로존에 편입되지 않은 국가로 EU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민족주의 세력이 득세하는 체코에서도 '첵시트' 가능성이 있다.
올해 초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는 영국이 EU를 떠나면 체코에서도 수년 뒤 EU를 떠나는 문제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의회에서 유로존 탈퇴 청원이 제기된 핀란드와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보수정당이 집권한 폴란드도 'EU 탈퇴 국가' 대열에 합류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꼽힌다.
브렉시트로 EU 균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영국은 정작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독립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지역이 이번 투표에서 EU 탈퇴보다 잔류를 선택했던 만큼 영국으로부터 떨어져나올 명분은 충분히 마련된 셈이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스코틀랜드 시민들이 EU의 일부로 남기를 원하는 미래를 그려왔다는 점을 이번 투표가 확실히 말해줬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현실화하면 북아일랜드나 웨일스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또 다른 독립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아일랜드의 제3당인 신페인(Sinn Fein)당은 브렉시트 투표 결과과 관련해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묻는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의 분열 위기감에 독일 등 주요국들은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부 장관은 브렉시트 찬성이 앞섰다는 투표 결과를 접하고는 트위터에 "이른 아침 영국으로부터 전해진 뉴스는 진정 정신이 들게 하는 것"이라며 "유럽에도, 영국에도 슬픈 날"이라고 밝혔다.
파스칼 라미 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를 우려하며 "(통합을 이루려는) 유럽의 꿈에 악몽과도 같은 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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