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 오누이"엄마 우리 둘이 사이가 좋아요." <수채화-권순지>
권순지
아들의 어린이집 교실 문 앞. 오늘도 팔을 잡아끄는 내게 저항하며 딸은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나도 여기서 간식 먹고 싶어. 나도 오빠랑 오빠 친구들이랑 놀 거야!"선생님의 아량 덕분에 간식으로 나온 치즈를 한 손에 받아 들고 나서야, 다른 손으로 엄마 손을 꼭 붙든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신호인 것이다. 한참을 떼쓰며 멈추지 않을 것 같아 난감했는데 다행이다 싶어 마음을 쓸어내렸다.
오빠친구들과도 대화가 통화는, 눈치 100단으로 오빠 곁에서 오빠의 언어를 듣다가 말을 깨우친 사랑스러운 딸의 하루는 서러움과 아쉬움으로 시작된다. 아침마다 오빠를 보내며 이별을 몸소 느낀다.
아들이 없는 풍경오빠가 어린이집에 다니고부터 딸의 주중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처음엔 오빠가 없는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한 딸의 심리가 매우 강하게 느껴졌다. 하루 종일 웃고 울고 싸우며 놀며 투닥거리는 오빠가 없으니 심심한 몸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뒹굴거리기만 했다.
아들의 빈자리는 컸다. 내가 온종일 아이 눈을 맞추고 놀아줄 수만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밀린 설거지 빨래 그리고 아이 점심준비까지…. 집안에서도 항상 일은 빼곡하다. 엄마가 단 몇 분만 관심 가져주지 못해도 쳐져 있는 딸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간 남매가 세상에 태어나 가졌던 둘만의 추억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매번 놀아주지 못해도 둘이서 공유했던 놀이·언어·몸짓·웃음·울음 등의 영역은 상당했던 것이다.
밥 먹는 것 마저 엄마와 둘이서 먹는 게 어색했던 딸아이는, 그 좋은 식성이 어디로 갔는지 한동안은 점심을 잘 먹지도 않았다.
"점심 먹고 낮잠 자고 일어나면 오빠 데리러 갈 시간이야."생가다 못해 뱉은 엄마의 한마디에 금새 화색이 돌아 밥을 열심히 먹고, 낮잠도 적극적으로 청하려 애쓰는 세 살배기 여자아이의 모습엔 사랑이 있었다. 그래 이게 사랑인거지. 사랑에 빠지면 누군가는 누군가를 보기 위해 애쓰고 힘을 내지 않던가.
둘이 같이 보내지 그랬어늘 남매와 함께 지내다 딸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 주변 분들은 아직까지도 가끔씩 공통적인 말씀을 하신다.
"차라리 둘이 같이 어린이집에 보냈다면 좋았을걸.""둘째도 같이 보내지 그러셨어요."세 돌까지는 함께하고 싶어 큰 아이도 세 돌 지나 그 이듬해에 어린이집 입소를 결정했고, 둘째도 당연히 그 수순을 밟고 싶었다. 또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의 사랑을 오롯이 받지 못하고 늘 오빠 곁에서 나눠가져야 했던 딸에게 엄마와의 시간을 가슴속에 조금 더 채워주고 싶었다. 나중에 엄마 곁을 몇 시간씩 떨어져 있어야 할 때에도 그 시간들을 꺼내보고 또 꺼내보며 단단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나 올해가 절반이 지나가도록 스스로 만족스러울 만큼 아이에게 뭔가를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자책이 간혹 마음에서 일어날 만큼, 일상에 치여 아이의 순간을 보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이 내게도 있었다.
어린 딸과 둘이서 보내는 금쪽같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아이의 낮잠 든 모습을 보며 낮게 읊조렸다. 널 오빠와 함께 당장 기관에 보내지 않은 그 이유는 어찌 생각하면 엄마인 내 욕심이었던가 싶다.
아직 품안에 두고 꼭 안아주고만 싶은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의 불안하지만 다부진 걸음과 뜀박질을 지켜보면서 '그래도 많이 컸구나' 생각했다.
내년 봄이 오기 전까지 우리 둘만의 시간에 사랑을 꾹꾹 눌러 담자.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매일이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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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데리러 가자"... 동생은 자다가도 벌떡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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