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천사'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대표, 노동계는 "표리부동"

현대중공업하청노조 등 기자회견 "노조탈퇴 협박, 부당 징계"

등록 2016.06.28 15:27수정 2016.06.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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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각종 언론에는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인 석문기업 문석천 대표에 대한 칭송 기사가 일제히 보도됐다. 울산 동구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이 됐다는 기사였다.

보도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두 곳을 운영하는 문석천씨기 지난 2007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매달 140만원씩을 정기적으로 기부해 7520만원을 기부했고, 이후 기부금액을 200만원으로 늘려 5년 내에 총 1억원 이상 기부하기로 약정하고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28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하청노조)와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석문기업의 노동탄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겉으로는 기부천사의 탈을 쓰고 속으로는 노예노동을 강요해온 표리부동의 전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탄압 심해"

현대중공업하청노조 등은 28일 오후 1시 30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문기업 문석천 대표는 기부천사로 알려진 인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1억원을 기부하기로 하는 등 지역 뉴스를 장식하던 사람이다"면서 "심지어 '주변의 이웃을 위한 봉사를 계속 하겠다'고 언론에 알렸다"고 운을 뗐다.

또한 "문 대표는 현재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내에 3개의 하청업체를 운영하며 '가족중심주의 경영'을 내세우고 소속 노동자들과의 친밀감을 선전해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청노조 등은 "그러나 교섭을 해태하고 조합원을 탄압하는 모습을 보면, 소속 노동자들을 가족이 아니라 일만 하는 노예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노동조건 기준을 단체협약으로 체결하자고 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노조탈퇴 협박과 교섭해태, 부당징계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보면 겉으로는 기부천사의 탈을 쓰고 속으로는 노예노동을 강요해온 표리부동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면서 "석문기업이 표방하는 가족중심 경영의 출발은 노동자를 존중해야 할 인격으로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석문기업 문석천 대표는 부당징계 시도와 부당노동행위, 교섭해태를 즉각 중단하고 성실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렇다면 하청노조와 민주노총은 왜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일까.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등에 따르면 석문기업은 지난 5월 2일 하청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하청노조 이아무개 조합원에게 회유 등으로 노조탈퇴를 종용했고, 최아무개 조합원에게는 관리자가 '임금도 많은데 왜 노조에 가입했냐, 누구 망하는 꼴 보려고 그러냐'라며 노조탈퇴를 강요했다.


또한 노조 대의원인 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관리자가 품질에 대해 지적하며 괴롭히던 중 이에 항의하자 "이 조합원이 욕설을 했다"며 일주일간 외딴 곳에 작업지시 없이 혼자 대기시켰다. 이후 회사측은 사내 질서문란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 지난 6월 7일과 22일 징계위를 열어 징계를 추진했다.

하청노조 등은 "석문기업은 교섭을 요청한지 두 달이 다 되도록 교섭을 해태하며 조합원을 솎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부당노동행위와 교섭해태 등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하청노조의 강력한 항의에 6월 3일로 상견례가 잡혔으나, 문석천 대표가 참석하지 않으면서 파행으로 무산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또한 "6월 22일로 재차 대표와의 상견례를 약속했으나, 석문기업은 조합원 징계위원회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고 하청노조가 항의하자 결국 대표가 불참하는 방식으로 상견례를 무산시켰다"면서 "사용자로서 교섭의 의무와 책임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조합원을 해고시켜 교섭에 응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만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이같은 단체교섭 파괴행위는 석문기업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내 여러 업체에서 조합원에 대한 탈퇴 공작과 협박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 배후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원청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청노조 등은 그 이유로 "12년 전인 2004년, 하청노조를 말살하기 위해 조합원에 대한 무차별적 탄압과 업체폐업으로 하청노동자들은 그 어떤 노동기본권도 누리지 못했다. 지금 업체의 압력과 회유에 견디지 못한 조합원들의 탈퇴 방식이 똑같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이들은 "아직도 하청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돼서 쫓겨나고, 근로기준법에 있는 '취업방해 금지'를 비웃으며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블랙리스트로 인해 전국을 떠돌고 있는 수많은 하청노동자들의 분노를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금삭감과 업체폐업, 다쳐도 말하지 못하는 수만 명의 하청노동자가 쫓겨나도 원청이 책임지지 않고 있다"면서 "어떠한 탄압과 폭력이 있을지라도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하청노동자들의 간절한 여망을 꺾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한 석문기업과 문석천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회견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반론을 부탁했지만 회사측은 "문 대표 전화번호를 알려 줄 수 없다. 이 내용에 대해서 지금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석문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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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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