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은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피해 여성을 애도하기 위해 강남역 10번 출구에 마련한 추모 장소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김예지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이 있고 나서다. 한 남성과 이 사건을 두고 언쟁을 했다. 그는 말했다.
"대체 뭘 어쩌란 건지 모르겠어. 나더러 사과라도 하라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며 그와 긴 시간 말을 주고받았다. 대화는 해당 사건을 넘어, '기울어진 젠더 지형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으로 확장됐다. 그러자, 그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이 사회에서 남성으로 살면서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거 잘 알아. 그래서 사실 여성에 대해 논의를 하기가 불편해. 나는 이걸 잃고 싶지 않거든." <서프러제트>는 불편한 영화다. 위에 언급한 사례처럼 자신이 수혜자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남성에게는 물론, 그런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남성에게는 더 불편한 영화일 것이다. 여성들이 직장과 육아, 살림마저 내팽개치고 '운동꾼(Suffragette,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이 되어 상가에 돌을 던지고 건물을 폭파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남성을 가해자로, 여성을 피해자로 그린 영화의 내용이 달갑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묻고 싶다. 사실 당신이 느끼는 이 불편함은 남성으로 태어나 얻은 '생득적 권력'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아닌지. 그렇다면 당신은 이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 영화가 주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
한 남성의 고백 "나는 수혜자다, 이걸 잃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