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천정배 동반 사퇴 "책임지겠다"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김수민·박선숙 의원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유성호
[기사수정 : 29일 낮 12시 56분]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리베이트 사건'의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리베이트 의혹 사건 이후 불거진 지도부 퇴진론을 논의했다. 회의 중간 대다수 최고위원들이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사퇴론에 반대해 회의장을 떠났다. 그러나 안 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오전 11시 30분경 일부 돌아온 최고위원들과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사퇴를 발표했다.
안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막스 베버는 책임 윤리를 강조했다.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 할 일은 책임을 져온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안 대표는 이어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 국민의당은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간곡하게 말씀드리고 싶다. 저와 국민의당은 앞으로 더 열심히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천정배 공동대표 역시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직을 사퇴한다"라며 "앞으로도 우리 당과 정권교체를 위해서 헌신하겠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당원동지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 드린다"라고 동반 사퇴의 뜻을 밝혔다.
사퇴 발표 후 안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고 국회를 떠났다. 천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충정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저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상대책위 구성 등 당 지도체제에 관한 질문에는 "사퇴한 대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두 공동대표의 사퇴 이후 국민의당의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민의당 당헌에 따르면, 대표의 궐위시 2개월 이내에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게 돼 있다. 다만 대표의 잔여임기가 8개월 미만일 때에는 중앙위원회에서 당대표만을 선출하게 된다. 원내대표가 당 대표의 직무를 대행할 수 없게 돼 있는 것도 다른 당의 당헌과 다른 점이다.
우선 전당대회는 연말이나 내년 초로 미뤄진 상태로 두 공동대표의 잔여임기를 정확히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중앙위원회를 통한 당대표 선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당헌에 따라 당 대표 직무 대행이 불가능하다. 결국 남은 최고위원 가운데 한 명이 당 대표 직무를 대행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당 대표 업무를 대행할 최고위원회까지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되면 지도체제는 비상대책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이 경우에는 박 원내대표가 당 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 다만 비대위원장은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임명하게 돼 있어 '박지원 비대위' 체제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두 대표의 사퇴 후 기자 간담회에서 "비대위를 구성할지 대표 대행을 선출할지는 최고위원회의를 열어봐야 한다. 그러나 최고위원 몇분도 두 대표와 함께 공동사퇴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라며 "또 원내대표는 당 대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비대위 체제도 속단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빠르면 이날 저녁 최고위원회를 소집하고 이후 지도체제에 관한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