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을 방문한 1971년의 아라파트(가운데 콧수염).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영문판
참고로, PLO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에 합의하는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한 때는 1993년이다. '20년 내에 되찾겠다'는 아라파트의 선언이 나온 지 24년 뒤였다. 완전독립이 아니라 자치권 획득에 그치고 말았지만, 이 정도면 아라파트가 민족에 대한 약속을 지킨 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이 급했던지, 1969년으로부터 19년이 되는 1988년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선포했다. 물론 실효성 없는 선포였다. '20년 내에'라는 약속이 아라파트를 조급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 테러활동에 나선 팔레스타인 운동단체들은 자살 테러, 항공기 납치, 요인 암살 등을 포함한 온갖 유형의 테러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선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전쟁터에서 수백 명을 죽이기보다는 전쟁터 아닌 곳에서 민간인 1명을 죽이는 게 공포 분위기 확산에 훨씬 더 유용하다는 판단 하에 이들은 수단·방법을 안 가리지 않았다.
이들이 벌인 테러 중에서 세계인들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것은 1972년 독일(서독) 뮌헨 올림픽 때 벌어진 검은9월단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PLO 계열의 단체인 검은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을 상대로 테러를 벌여 2명을 죽이고 9명을 인질로 잡았던 것이다. 올림픽에 집중된 세계인의 눈과 귀에 팔레스타인 문제를 각인시킬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서독 경찰과 검은9월단의 충돌 과정에서 인질 전원이 사망하고 9월단 요원들도 사살 혹은 생포되는 것으로 끝났다. 이것은 세계 각국 정부가 대테러 특수부대 창설에 나서는 계기가 되는 한편, 팔레스타인 해방운동단체들이 한층 더 격렬하게 테러에 나서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팔레스타인들의 테러가 전 세계를 경악시키며 강도를 더해 가자 결국 유엔은 손을 들고 말았다. 이때가 1974년이다. 이 해에 유엔은 PLO에게 참관국 지위를 인정했다. 그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의 호소를 외면했던 유엔이 테러 공포 앞에서 백기를 든 것이다.
PLO는 유엔 참관국 지위만 얻었지, 회원국 지위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테러를 주된 수단으로 해방운동을 벌인 정치조직이 유엔 내에서 지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동일한 처지에 있는 약소민족 해방운동단체들한테 자극제가 될 만했다. 이 사례는 테러의 세계적 확산을 부추긴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소수 강대국 이익 대변하는 집단으로 전락한 유엔테러를 통해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상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테러 피해의 제1차 책임자가 테러 단체라는 점은 부정될 수 없다.
이와 동시에, 테러가 확산되는 배경에 유엔의 무능과 모순도 한몫을 했다는 점 역시 지적될 필요가 있다. 유엔은 미국 등 소수 강대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으로 전락하여 약소민족들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만약 유엔이 약소민족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다면, 지금처럼 온 세계가 테러로 몸살을 앓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유엔이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인류의 보편적 이익을 대변할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유엔은 모순까지 범했다. PLO에 대한 태도에서 나타나듯이, 약소민족의 목소리를 외면하다가도 테러 공포에 직면하게 되면 자세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유엔이다. 이런 모순된 태도는 약소민족 운동단체들이 테러의 효과에 기대를 걸도록 만드는 기능을 했다.
이처럼 유엔의 무능과 모순도 테러의 확산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 따라서 인류가 테러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테러리스트를 진압하는 것 못지않게, 유엔을 공정한 조직으로 만드는 데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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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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