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5.0 지진에 우왕좌왕,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애써 만든 개선대책은 공염불... 신고리 5·6호기 안전성 도마

등록 2016.07.06 18:22수정 2016.07.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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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저녁 8시 33분 3초 울산 동구 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5일 저녁 8시 33분 3초 울산 동구 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

울산 앞바다에서 지난 5일 밤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에 당혹스러웠던 건 국민만이 아니었다. 대대적인 홍보와 달리 정부의 지진 대처는 미흡했고 우왕좌왕했다. 당장 시민들 사이에서는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로 10개로 늘어나는 부산·울산의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50초라던 지진 조기 경보는 공염불...날짜마저 헛발질

정부는 지난 5월 27일 '지진방지 개선대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4월 발생한 일본 구마모토 지진이 부산·경남에서 느껴졌음에도 대국민 알림서비스가 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진도 4 이상 감지되는 지역 주민에게 지진 발생 상황과 사후적 행동요령을 담은 긴급 재난 문자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진 조기 경보 시간도 "현재 50초에서 2020년까지 10초 이내 단축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지금도 50초면 가능하다는 지진 조기 경보는 정부의 머릿속에만 있던 계산이었다.

 국민안전처가 지난 5일 밤 8시 33분 울산 앞바다에 지진이 발생하자 17분이 지나 발송한 재난 문자. 국민안전처는 최초 문자에서 날짜를 잘못 표기해 6분 뒤 수정 문자를 발송했다.
국민안전처가 지난 5일 밤 8시 33분 울산 앞바다에 지진이 발생하자 17분이 지나 발송한 재난 문자. 국민안전처는 최초 문자에서 날짜를 잘못 표기해 6분 뒤 수정 문자를 발송했다. 정민규

지난 5일 밤 8시 33분 울산 동구 동쪽 52km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그 여파가 고스란히 전달될 때까지 재난 컨트롤 타워를 자부하는 국민안전처의 재난 문자는 침묵했다. 지진이 발생했다는 첫 문자가 전송된 건 지진이 난 지 17분이 지난 밤 8시 50분이었다.

이마저도 날짜를 4일로 잘못 표기해 5일로 뒤늦게 수정해 다시 발송하는 촌극까지 벌였다. 문자를 받기라도 한쪽은 다행이다. 울산만 아니라 진앙에서 가까운 부산·경남·경북 지역에서도 지진동이 감지됐지만 문자를 전송받은 국민은 일부에 불과했다. 국민안전처는 울산시와 경남 창원 등 8개 시·군·구에만 긴급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정부가 제공한다던 '사후적 행동요령'의 내용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재난 문자에는 지진 발생 사실 외에 '여진 대비 TV등 재난방송 청취바랍니다'라는 짧은 안내가 전부였다. 불안감을 느낀 국민들의 신고 전화는 전국 각지 소방본부로 8000건 가깝게 쏟아졌다.   


우려 커진 원전 밀집지역...추가 건설 저지 소송 움직임까지

 지난 5일 고리 원전 인근인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부산지역 시민단체와 정당은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일 고리 원전 인근인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부산지역 시민단체와 정당은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민규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문구를 그야말로 몸소 체감한 부산 지역에서는 원전이 최대 걱정거리가 됐다. 이번 지진으로 다행히 원전이 멈춰서는 최악의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이 규모 5 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있으며 최신 원전인 신고리 3·4호기는 6.8 규모에 자동 정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6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탈핵부산시민연대는 "(원전이) 한반도 예상 최대 지진규모 7.5에 대비한 내진설계 반영을 무시했다"면서 "내진설계 6.9를 초과하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800만 부·울·경 주민들은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재앙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도 걱정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번에도 보았듯이 활성 단층이 많이 분포돼 있는 부산·울산 지역에서 일본 후쿠시마처럼 진도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는가"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고리 5·6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더민주에서는 부산·울산·경남 야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막기 위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더민주의 부산시당 위원장인 김영춘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 취소가처분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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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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