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해 우리나라도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지만 1천만 시민이 모여 사는 수도 서울 민간건축물 등의 4분의 3 가량이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서울시의 '기존 공공시설물 등 내진성능 확보현황'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서울시 공공시설물 5662곳 가운데 내진이 확보된 곳은 2579곳, 45.5%로 집계됐다. 내진이 확보되지 않은 곳이 383곳으로 더 많다.
시설물 종류별로 살펴보면 수도시설·시립병원·수문은 100%, 도로 시설물 가운데 지하차도 등 땅속 시설물은 95.9%로 지진대비가 잘 됐다.
반면 학교 시설의 경우 2971곳 가운데 불과 840곳에만 내진이 확보돼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곳이 71.7%에 달했다. 학교 시설은 담당 교육청에서 내진성능 보강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으며, 시는 그 현황을 관리한다.
공공건축물은 1334곳 가운데 절반에 못 미치는 637곳(47.8%)만 내진이 확보돼 있었다.
서울 시내 교량이나 고가 같은 지상 도로시설물은 357곳 가운데 73.4%에 해당하는 262곳에 내진이 확보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강을 가로지르는 청담대교·성수대교·한남대교·양화대교와 이수 고가도로·선암고가도로 등 85곳은 처음 설계될 때부터 내진이 반영됐다.
영동대교·동호대교·한강대교와 영등포역 고가도로·서소문 고가도로 등 150곳은 설계 당시 내진이 고려되지 않았지만, 내진 강도가 '1등급'으로 성능 평가를 통과했다.
천호대교(2005년)·올림픽대교(2008년)·우면고가도로(2014년) 등 25곳은 내진 보강을 마쳤고,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 홍제천고가교는 현재 내진 보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 도시철도는 교량 45%, 터널 77.7%, 건축물 76.1%에 내진이 확보돼 있었다. 하지만 내진 관련 기준이 없던 1970∼80년대에 건설된 지하철 1∼4호선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시에 따르면 1∼4호선 교량 전체에 해당하는 20.2㎞와 터널 일부 구간 33.3㎞ 등 총 53.2㎞ 구간에 내진 설계가 반영돼 있지 않다. 1∼4호선은 매일 수송 인원이 729만명, 매년 15억명에 이르지만, 시설이 낡아 지진이 일어나면 큰 인명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시는 이 구간 53.2㎞에 대해 총 3천220억원을 들여 규모 5.7∼6.3의 지진에 버틸 수 있는 내진보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사업비의 40%에 대해 국고 지원을 받고 있다.
공공시설물은 아니지만 지진 시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큰 가스저장소·도시가스배관·유류저장시설은 100% 내진 설비가 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 건축물을 포함할 경우 내진 설계 비율은 '뚝'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서울시가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6월 현재 서울의 내진 대상 건축물 28만 4409동 가운데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7만 982동으로 전체의 24.9%에 불과했다. 4분의 3에 해당하는 건물이 지진에 '무방비'라는 이야기여서 민간 건축물 등에 대한 지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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