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으로는 바다를 끼고 오른쪽으로는 산을 낀 시골길.
최종규
자전거는 마을을 벗어나고 면소재지를 가로지른다. 아이들은 이 자전거가 바다로 가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반긴다. 마침 더웠는데 잘되었노라 한다. 우리는 바닷마을을 옆으로 끼고 신나게 달린다. 바닷가에서 멈추지는 않는다. 바닷바람을 쐬며 마음껏 달린다. 얘들아, 바다는 이따가 오자. 읍에서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도 이 길을 지나가거든.
남당마을에서 다리를 쉰다. 풍남항이 가까이 있는 남당마을까지는 반반한 길이었다면, 이제부터 멧자락을 넘어야 하는 길이다. 이곳에서 기운을 모아서 힘차게 오르막을 달리려 한다.
지난해에는 아이들하고 자전거로 읍내를 다녀오지 않았다. 읍내까지 가는 길에는 자동차가 제법 많고 그리 재미있지 않다고 느꼈다. 읍내는 버스로 다녀오고, 자전거로는 골짜기나 바닷가만 달리자고 여겼다. 오늘은 자전거를 손질하러 읍내에 간다.
"저기 산 보이지? 우리가 넘어갈 고갯마루야." 아이들한테 얘기를 하는데, 아이들은 딱히 느낌이 없는 듯하다. 앞에서 아버지가 끌어 주니까. 냉정마을을 지나 천등산 멧줄기를 옆으로 끼고 가쁘게 고개를 넘는다. 훅 훅 훅 훅 천천히 천천히 숨을 고르며 천천히 천천히 발판을 구른다.
"우리가 저 산을 빙 돌아서 이리로 왔지. 산을 바로 넘지는 못하고, 옆으로 크게 에둘러서 바다를 끼고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