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대리점협 결사투쟁 돌입남양유업의 '갑' 횡포를 최초 공개했던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회원들이 2013년 6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양유업 본사앞에서 사측과의 협상 결렬에 따라 총력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권우성
불매운동은 소비자를 기만하고 불법적인 행태를 저지르는 기업에 대해 소비자들이 구매와 소비를 거부하는 것을 말합니다. 불매운동의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옥시의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있고 코웨이 정수기에서 중금속이 검출되어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한 회사의 불매운동이 또 다른 회사의 불매운동으로 잊히는 불매운동의 연속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기업들의 비양심과 불법이 만연화되어 있습니다. 불매운동의 성과는 해당 기업에게 경영상 위기를 겪을 만큼 타격을 주어 경각심을 주고 다른 기업들에게도 본보기를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 불매운동이 성공한 경험은 없습니다. 기업들도 불매운동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불매운동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분위기에 편승해서 반짝 분노하고 마는 소비자의 탓일까요?
합리적 소비는 소비자가 소비행위를 할 때 가격과 품질을 고려하여 소비에 따른 기회비용과 만족감을 고려하여 가장 편익이 많은 소비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에 비해 윤리적 소비는 편익보다 윤리적인 가치판단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말하며 앞서 말한 불매운동은 윤리적 소비의 한 형태가 될 것입니다.
대리점에게 갑질을 하여 공정거래질서를 어지럽힌 회사의 제품이 품질이 좋거나 가격이 저렴해도 사지 않는 행위, 사람에게 치명적인 물질이 들어가 있는 물질을 판매하여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음에도 사과나 배상을 미루는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입하지 않는 행위, 중금속이 검출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당 기간 그 사실을 감추며 판매한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행위 등은 분명 윤리적 소비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윤리적 소비보다 편익과 소비자가 처한 경제적 상황에 의해 소비가 이루어집니다. 소비자를 기만하고 불법을 저지른 기업 제품은 절대 구입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어도 1+1 제품과 가격 할인 등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면 내 의지와 다르게 손이 먼저 해당 기업의 제품으로 슬그머니 가는 것을 보면 참 씁쓸해집니다.
불매운동보다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으로2015년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불매운동 경험 여부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불매운동 참가율은 15.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동참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동참할 의사가 없다는 응답은 55.7%가 나왔습니다.
불매운동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불매운동하고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비난해서도 안 됩니다. 합리적 소비를 할 것인지 윤리적 소비를 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여 불법을 저지르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이 큰 문제없이 버젓이 기업 활동을 하는 것은 분명 상식에 맞지 않습니다.
소비자의 불매운동 이전에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이런 기업들의 불법행위를 처벌하고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외국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활동을 위축할 수 있고 대륙법 체제를 따르고 있는 우리나라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도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옥시 사태와 관련하여 '제조물 책임법 일부 개정법률안', '소비자집단소송법 제정안',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의 법률안이 발의되었으나 결국 아무런 진척이 없이 19대 국회는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20대 국회에서 그 논의가 시작되고 있으나 소비자 주권을 찾는 이러한 입법 과정은 험난해 보이고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러한 입법 미비와 제도적 장치의 부실화로 우리나라는 피해 입증의 책임이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거대 기업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소비자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힘들지만 싸우는 소비자들이 있습니다. 최근의 힘겹게 싸움을 이어나가는 가습기살균제피해자유가족연대를 보면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합니다.
그들은 피해자의 의료기록을 수집하고 형사고발을 하고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피해 보고서를 만들고 직접 옥시 본사가 있는 영국으로 건너가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피해자들의 눈물겨운 싸움으로 20대 국회 들어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 규명과 피해 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건을 의결했지만 이 국정조사는 다시 진상 규명의 시작에 불과한 것입니다. 지난 5년간 국가는 과연 무엇을 한 것일까요?
기업하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의 명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