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저녁 전남 나주시 남평읍 주민들로 구성된 하모니합창단이 읍사무소 대회의실에서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나주시는 20개 읍면동에 20개 마을합창단 창단과 운영을 목표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강성관
"노래 자체도 그렇고,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 좋다. 각자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조금씩 화음을 맞춰가니까 으쓱도 하고, 혼자 할 때보다 함께 합창하는 즐거움이 더 큰 것 같다." 8일 저녁 전남 나주시 남평읍사무소 2층 대회의실. 50대 한 여성이 만면에 미소를 띠며 "여기 오면 그냥 좋다. 절로 흥이 난다"고 말했다. 매주 금요일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하모니합창단의 연습 날이다.
하모니합창단은 지난 4월 창단한 '마을합창단'이다. 남평읍 주민 23명이 참여하고 있다. 합창단을 만들 때, 노래 실력은 따지지 않았다. 일부러 혼성4부합창이나 여성3부합창 등을 의도하지도 않았고 오디션도 없었다.
주민이 만드는 하모니, 마을합창단..."이웃과 노래로 소통하니 흥이 절로"단장을 맡고 있는 김순례(55)씨는 "특별히 노래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누구라도 단원이 될 수 있다"며 "처음에는 단원끼리도 어색하고 생소한 말(음악 용어) 때문에 낯설었는데, 지금은 화기애애하고 다들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휘자가 에너지가 넘친다"라며 "연습에 빠지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남성 단원이 한 명도 없어, 소프라노·알토·메조소프라노로 편성된 여성3부합창을 할 참이다. 아직은 화음보다 잘못된 노래 습관을 바로 잡는 데 신경쓰고 있다. 이날 연습 때도 스트레칭부터 시작해 복식호흡, 올바른 발성법, 자세 교정 등 기본기를 닦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도라지 꽃>, <그리운 금강산>, <예쁜 아가씨> 등 노래를 부를 때도 그랬다."'남진 창법'으로 부르면 안 돼요. 트로트 부를 때처럼 소리를 내면 안 돼요"."표정! 표정이 중요해요. 내 얼굴, 몸이 악기예요. 얼굴 들고 허리를 곧게 펴세요"."산 속에 핀 도라지꽃을 상상하면서, 부드럽게 '도라지 꽃'…". 중간중간 노래가 멈추는 일이 잦았다. 지휘자 권효진(예술학교 D-ASIAN 예술감독)씨는 발성이 잘못 되거나 음정이 정확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1시간 30분이 넘는 연습 시간이 짜증날 법도 하지만, 얼굴을 찡그리는 단원은 없었다.
지휘자 권씨가 주문하는 대로 얼굴 표정부터 자세를 바꿔가며 제 목소리를 터득했다. "나이 때문에 혼자만 못 따라 갈까봐" 합창단 참여를 고민했다는 박군자(73)씨는 "가르쳐 주는 대로 하니까 다른 소리가 나고 신기하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합창단 맏언니인 박씨는 "시에서 지원해 주니까 이렇게 합창을 배울 수 있게 됐다"며 "할수록 재미지다"고 말했다.
지휘자 권효진씨는 "연습 시작한 지 두 달도 안 됐지만 노래 감성도 잘 표현하시고 곧잘 따라오신다"라며 "벌써 (합창단 활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씨는 "합창은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 보다 분위기가 가장 중요한데 합창단 분위기 너무 좋다"라며 "농사 아니면 다른 일터에서 일하고 오셔서 피곤할 법도 한데 진지하게 배우시려고 집중하시고, 어르신들 얼굴 표정에서 신바람이 느껴진다"라며 덧붙였다.
"합창 통해 마을문화공동체 활성화 기대"...20개팀 창단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