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참석한 김수민 의원권우성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관련자들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다. 김 의원이 속한 당 '홍보TF'가 홍보전략을 세우는 등 사실상 당의 선거운동을 했고, 박 의원과 왕 사무부총장이 대가로 금품(브랜드호텔 계좌에 입금된 대금)을 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혐의에는 돈을 받은 곳이 브랜드호텔이 아니라 '홍보TF'가 된다. 브랜드호텔은 '홍보TF'가 돈을 받기 위한 형식적인 창구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는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 검찰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디자인업체에 1600만 원을 주고 홍보 전략과 기획을 맡긴 한 후보 캠프의 회계책임자가 '금지된 선거운동 관련 금품수수'로 징역형을 확정 받은 판례를 제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디자인 업체 대표가 선거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홍보 전략을 짜는 등의 활동을 펼친 것을 놓고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가 아닌 '선거운동과 관련 있는 행위'로 판단했다.
업체를 통해 선거홍보물을 제작하는 행위, 다시 말해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것을 넘어 디자인업체가 선거운동에 사실상 직접 개입하는 등의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해당 판례가 이번 사건과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례는 한 후보의 지역구 선거로 규모가 작고 전략수립과 의사결정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 반면 이번 사건은 중앙당의 홍보와, 비례후보 선거 홍보로 규모가 크고 내부 의사결정 체계가 보다 분명하다.
따라서 검찰이 '홍보TF'로 보고 있는 김 의원과 김아무개 숙명여대 교수, 카피라이터 김아무개씨 3명이 실제로 선거운동을 홍보 '지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들의 활동내용을 살펴보면 전략보다는 홍보에 필요한 다양핸 매체들을 생산하는 업무에 가까웠다. 각종 홍보물을 만들고 국민의당에 결제를 올려 승인이 떨어지면 이를 인쇄업자와 TV광고대행업자에게 넘기는 일종의 홍보물 제작 용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실제 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김 의원 측과 국민의당이 최초 접촉한 시점은 지난 2월 19일이다. 앞서 당시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이 평소 알고 지냈던 김 교수에게 당 홍보를 부탁했고, 김 교수는 이날 국민의당 마포 당사에서 자신이 김 의원과 함께 창업한 브랜드호텔의 포트폴리오를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당시 국민의당 홍보는 다른 업체가 맡고 있었고, 이 자리는 사실상 '경쟁 입찰' 자리였다.
국민의당에서 다시 김 교수를 찾아온 것은 열흘이 지난 2월 29일이었다.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박 의원과 왕 사무부총장이 김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왔고 브랜드호텔에 홍보업무를 맡겼다.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을 박 의원에게 처음 소개했다. 이때부터 김 의원은 브랜드호텔의 대표로 직원들과 함께 국민의당의 각종 선거 홍보물을 기획·제작했고 이 과정에서 김 교수의 지인 카피라이터 김씨가 작업에 합류했다.
브랜드호텔은 이후 10일 정도 당의 PI와 현수막, 명함과 포스터 등 각종 인쇄물, 신문광고, TV광고 등을 제작했고, 3월 11일 안철수 공동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마포 당사에서 그 결과물을 발표했다. 당시 참석한 당직자에 따르면 브랜드호텔은 약 30페이지 가량의 포트폴리오를 프레젠테이션 했고, 안 대표를 비롯해 참석자들이 상당히 만족했다. 결국 사흘 뒤인 14일 국민의당은 인쇄업체인 비컴과 계약하고, 비컴은 브랜드호텔과 계약해 각각 대금을 치렀다.
'불법정치자금'과 '선거운동 대가' 사이의 모순검찰이 '홍보TF'라고 보는 이들의 업무는 사실상 이 단계에서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을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로 볼지, '선거운동 행위'로 볼 것인지는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 그 판단은 앞서 언급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들이 했던 활동이 '선거운동'으로 인정된다면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선거운동에 대한 금품수수혐의는 적용이 될지 몰라도, '당이 브랜드호텔에 지불해야 할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이익을 취했다'는 정치자금법 위반은 성립하기 어렵다.
정치자금법 위반은 국민의당이 당의 홍보 업무를 맡은 브랜드호텔에 지급해야 할 돈이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것을 다른 대행업체를 통해 대신 지급하게 되면서 혐의가 적용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이 적용되면 그들이 한 활동은 홍보제작 업무가 아니라 사실은 '금지된 선거운동'이었고, 그 돈은 선거운동에 대한 대가로 바뀐다. 똑같은 돈이 국민의당이 이익을 본 불법 정치자금이었다가, 동시에 선거운동의 대가인 금품이 되는 상황이다.
반대로 김 의원과 김 교수, 카피라이터 김씨 등이 '선거운동'이 아니라 실제로 당 홍보물 제작에 상당한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는다. 여기서 오히려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정치자금법상 불법 기부행위가 될 수 있다. 최근 선관위가 홍보 대행을 맡긴 업체로부터 선거 홍보 관련 동영상을 무상으로 제공 받은 혐의로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한 사례와 같은 것이다.
남은 혐의는 허위로 국고보전 청구를 해 1억 원 가량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혐의는 김 의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국고보전을 청구할 때는 당직자가 아니었다는 이유다. 또 브랜드호텔과 비컴 사이에서 발생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김 의원의 구속영장 상 범죄 혐의에서 빠졌다. 세미콜론과 거래한 1억 원 가량이 혐의로 적용됐지만, 이 대금 역시 김 의원이 아닌 브랜드호텔과 카피라이터에게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