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무리수 그리고 김수민을 위한 변명

[여의도본색] 불법 리베이트 의혹, 구속영장 기각과 검찰의 무리한 수사

등록 2016.07.12 14:20수정 2016.07.1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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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본색'은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取중眞담'으로 '새로운 정보'가 있는 기자 칼럼을 지향합니다. <편집자말> [편집자말]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던 박선숙(오른쪽), 김수민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서 영장 기각 결정이 난 직후 검찰을 나서고 있다.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던 박선숙(오른쪽), 김수민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서 영장 기각 결정이 난 직후 검찰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한 달 동안 가장 주목을 받은 정치인이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7번을 받고 20대 국회 최연소(만 29세)로 당선됐지만 '의원선서'를 하기도 전에 검찰 수사대상이 됐다. '불법 리베이트' 혐의는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딘 정치인에게 치명적이었다. 특히 국민의당이 청년을 대표해 내세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가중처벌'이 가해졌다. 그의 이력을 놓고 자격 논란이 벌어졌고, '공천 비리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12일 검찰이 청구한 박선숙, 김수민 두 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그것으로 죄의 유무를 따질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인정되지 않으며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검찰의 수사 내용이 '죄를 지었다고 생각할만한 상당한 의심'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리베이트', 국민의당은 어떤 이익을 얻었나

당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내용은 간단했다. 두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공모해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디자인업체 '브랜드호텔'과 '당 홍보TF(테스크포스)'를 통해 선거공보대행(인쇄)업체 '비컴'과 TV광고대행업체 '세미콜론'으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것이다. '불법 리베이트'의 본래 의미대로라면 국민의당이 실제 비용보다 부풀려 두 업체에 돈을 지급했고, 일부를 되돌려 받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국민의당이나 사건 관련자들에게 직접 자금이 흘러들어 간 것은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 통상의 '불법 리베이트' 개념은 성립하지 않게 된 것이다. 국민의당 측은 브랜드호텔이 실제 당의 홍보업무를 했고, 두 대행업체를 통해 그 비용을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브랜드호텔은 선거와 관련된 모든 홍보물을 기획, 제작했고 각 업체가 지급한 대금도 브랜드호텔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관련기사 : 국민의당으로 자금 유입 없었다).

그러자 검찰은 다소 복잡한 법리를 적용했다. 국민의당이 브랜드호텔에 홍보업무를 맡기면서 지급해야 하는 대금이 있었고, 그것을 두 대행업체가 국민의당을 대신해 지급하게 했다는 것이다. 돈을 돌려받아 이익을 취한 것이 아니라 당이 줘야 할 대금을 각 업체가 대신 주게 해 이익을 취했다는 의미다. 왕 사무부총장이 비컴과 계약하면서 2억 원을 브랜드호텔에 줄 것을 요구한 행위가 '불법 리베이트'라는 해석이다.

여기에 첫 번째 '무리수'가 있다. 이 법리를 적용하려면 국민의당이 비컴에게 대금을 부풀려 지급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국민의당이 브랜드호텔에 줘야 할 돈을 주지 않고 '이익'을 취한 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컴에게 10억 원, 브랜드호텔에 2억 원에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비컴에 10억 원만을 주고, 그 돈에서 2억 원을 브랜드호텔에 지급하게 해야 국민의당은 이익이 발생한다. 12억 원을 써야하는데 10억 원만 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각 대행업체에게 실제 비용보다 부풀려 대금을 지급했다. 비컴에 10억을 줘야 하는데 12억을 준 것이다. 여기서 부풀려진 대금은 당초 국민의당이 브랜드호텔에 지급해야 할 돈이다. 애초 계약단계부터 브랜드호텔에 지급해야 할 대금까지 포함해 업체에게 준 것이다. 이것은 그대로 브랜드호텔에 지급됐다. 브랜드호텔 위치에서 보면 받아야 할 대금을 받았고, 국민의당 위치에서 보면 지급해야 할 대금을 지급한 것이다. 

이 경우 어느 쪽도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국민의당은 브랜드호텔에 줘야 할 돈을 왜 대행업체를 통해 줬는지, 브랜드호텔은 국민의당에게 받아야 할 돈을 왜 대행업체를 통해 받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애초 두 거래 주체가 직접 계약을 맺고 거래를 했다면 문제가 없을 사안이다. 여기에는 그동안의 업계의 관행과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 그리고 김 의원의 비례후보 선출이라는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비컴(인쇄)-브랜드호텔' 거래의 경우 브랜드호텔이 국민의당 홍보를 맡게 되기 전부터 비컴이라는 대행업체가 섭외돼 있었고, 대행업체가 기획업체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라는 게 브랜드호텔 측의 설명이다. '국민의당-세미콜론(TV광고)-브랜드호텔' 거래의 경우 당초 브랜드호텔은 자신들의 홍보업무 실적을 위해 국민의당과 직접 계약을 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의원이 비례후보가 되면서 직접계약에 부담을 느끼고 기존 업계 관행대로 세미콜론을 통해 계약을 했다.

검찰도 김수민 혐의 축소

의총 참석한 김수민 의원
의총 참석한 김수민 의원권우성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관련자들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다. 김 의원이 속한 당 '홍보TF'가 홍보전략을 세우는 등 사실상 당의 선거운동을 했고, 박 의원과 왕 사무부총장이 대가로 금품(브랜드호텔 계좌에 입금된 대금)을 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혐의에는 돈을 받은 곳이 브랜드호텔이 아니라 '홍보TF'가 된다. 브랜드호텔은 '홍보TF'가 돈을 받기 위한 형식적인 창구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는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 검찰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디자인업체에 1600만 원을 주고 홍보 전략과 기획을 맡긴 한 후보 캠프의 회계책임자가 '금지된 선거운동 관련 금품수수'로 징역형을 확정 받은 판례를 제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디자인 업체 대표가 선거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홍보 전략을 짜는 등의 활동을 펼친 것을 놓고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가 아닌 '선거운동과 관련 있는 행위'로 판단했다.

업체를 통해 선거홍보물을 제작하는 행위, 다시 말해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것을 넘어 디자인업체가 선거운동에 사실상 직접 개입하는 등의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해당 판례가 이번 사건과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례는 한 후보의 지역구 선거로 규모가 작고 전략수립과 의사결정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 반면 이번 사건은 중앙당의 홍보와, 비례후보 선거 홍보로 규모가 크고 내부 의사결정 체계가 보다 분명하다.

따라서 검찰이 '홍보TF'로 보고 있는 김 의원과 김아무개 숙명여대 교수, 카피라이터 김아무개씨 3명이 실제로 선거운동을  홍보 '지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들의 활동내용을 살펴보면 전략보다는 홍보에 필요한 다양핸 매체들을 생산하는 업무에 가까웠다. 각종 홍보물을 만들고 국민의당에 결제를 올려 승인이 떨어지면 이를 인쇄업자와 TV광고대행업자에게 넘기는 일종의 홍보물 제작 용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실제 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김 의원 측과 국민의당이 최초 접촉한 시점은 지난 2월 19일이다. 앞서 당시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이 평소 알고 지냈던 김 교수에게 당 홍보를 부탁했고, 김 교수는 이날 국민의당 마포 당사에서 자신이 김 의원과 함께 창업한 브랜드호텔의 포트폴리오를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당시 국민의당 홍보는 다른 업체가 맡고 있었고, 이 자리는 사실상 '경쟁 입찰' 자리였다.

국민의당에서 다시 김 교수를 찾아온 것은 열흘이 지난 2월 29일이었다.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박 의원과 왕 사무부총장이 김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왔고 브랜드호텔에 홍보업무를 맡겼다.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을 박 의원에게 처음 소개했다. 이때부터 김 의원은 브랜드호텔의 대표로 직원들과 함께 국민의당의 각종 선거 홍보물을 기획·제작했고 이 과정에서 김 교수의 지인 카피라이터 김씨가 작업에 합류했다.

브랜드호텔은 이후 10일 정도 당의 PI와 현수막, 명함과 포스터 등 각종 인쇄물, 신문광고, TV광고 등을 제작했고, 3월 11일 안철수 공동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마포 당사에서 그 결과물을 발표했다. 당시 참석한 당직자에 따르면 브랜드호텔은 약 30페이지 가량의 포트폴리오를 프레젠테이션 했고, 안 대표를 비롯해 참석자들이 상당히 만족했다. 결국 사흘 뒤인 14일 국민의당은 인쇄업체인 비컴과 계약하고, 비컴은 브랜드호텔과 계약해 각각 대금을 치렀다.

'불법정치자금'과 '선거운동 대가' 사이의 모순

검찰이 '홍보TF'라고 보는 이들의 업무는 사실상 이 단계에서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을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로 볼지, '선거운동 행위'로 볼 것인지는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 그 판단은 앞서 언급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들이 했던 활동이 '선거운동'으로 인정된다면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선거운동에 대한 금품수수혐의는 적용이 될지 몰라도, '당이 브랜드호텔에 지불해야 할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이익을 취했다'는 정치자금법 위반은 성립하기 어렵다.

정치자금법 위반은 국민의당이 당의 홍보 업무를 맡은 브랜드호텔에 지급해야 할 돈이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것을 다른 대행업체를 통해 대신 지급하게 되면서 혐의가 적용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이 적용되면 그들이 한 활동은 홍보제작 업무가 아니라 사실은 '금지된 선거운동'이었고, 그 돈은 선거운동에 대한 대가로 바뀐다. 똑같은 돈이 국민의당이 이익을 본 불법 정치자금이었다가, 동시에 선거운동의 대가인 금품이 되는 상황이다.

반대로 김 의원과 김 교수, 카피라이터 김씨 등이 '선거운동'이 아니라 실제로 당 홍보물 제작에 상당한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는다. 여기서 오히려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정치자금법상 불법 기부행위가 될 수 있다. 최근 선관위가 홍보 대행을 맡긴 업체로부터 선거 홍보 관련 동영상을 무상으로 제공 받은 혐의로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한 사례와 같은 것이다.

남은 혐의는 허위로 국고보전 청구를 해 1억 원 가량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혐의는 김 의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국고보전을 청구할 때는 당직자가 아니었다는 이유다. 또 브랜드호텔과 비컴 사이에서 발생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김 의원의 구속영장 상 범죄 혐의에서 빠졌다. 세미콜론과 거래한 1억 원 가량이 혐의로 적용됐지만, 이 대금 역시 김 의원이 아닌 브랜드호텔과 카피라이터에게 전달됐다.

 지난 3월 22일 당시 김수민 브랜드호텔 대표가 안철수 공동대표와 함께 국민의당의 새로운 PI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당시 김수민 브랜드호텔 대표가 안철수 공동대표와 함께 국민의당의 새로운 PI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당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이 김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는 입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라며 "비컴과 세미콜론 사이에 작성한 허위계약서(맥주광고)가 가장 혐의를 둘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나머지 혐의에 김 의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브랜드호텔에 들어간 자금을 국민의당이 줘야 할 돈을 업체가 대신 준 걸로 보면서, 동시에 선거운동 관련 금품 수수로 보는 것은 모순이 있다"라고 말했다.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지만 검찰은 어떻게든 이 사건으로 두 현역 의원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불구속 상태로 수사가 계속되면서 새로운 혐의가 드러날 수도 있다. 앞으로 검찰의 기소와 법정 공방 등 이 사건이 넘어야 할 고개는 많이 남아 있다.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 시점에서 그동안 국민의당과 김 의원 등에게 쏟아진 비난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김수민은 무슨 '죄'를 지었는가?
#김수민 #박선숙 #국민의당 #브랜드호텔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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