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참깨밭이다.
전갑남
우리 깨밭은 키가 들쑥날쑥합니다. 키 큰놈, 작은놈 하여 가지런하지가 않습니다. 아주머니 말마따나 형님 아우 하고 자라는 형국입니다.
형님깨 아우깨가 함께 자라다나는 들깨는 그동안 쭉 심었으나 참깨농사는 올 처음입니다. 그동안 묵혀두었던 밭에 집에서 먹을 참기름이나 짤까 하고 두 판지에 씨를 넣었습니다.
참깨는 어떻게 가꾸는지를 몰라 이웃에게 귀동냥을 하였습니다. 수십 년 경험으로 농사를 짓는 이웃할머니께서 알려주셨습니다.
"참깨는 일찍 씨 뿌리면 싹이 더뎌. 깨밭은 걸면 장마통에 바람 맞는 수가 있으니 밑거름은 하지 말고!" 참깨 재배요령은 간단했습니다. 씨를 잘 나게 하려면 5월 중순 지나 비오기 전에 씨 뿌리고, 기름진 밭보다는 메마른 땅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참깨는 모를 부어 내면 좋은데 직접 뿌려도 됩니다. 바람 맞을 수가 있어 하우스 안에 심으면 그걸 피할 수 있습니다.
나는 봄에 밭을 일찍 갈고서 비닐을 미리 씌워두었습니다. 모내기철, 비 온다는 소식에 비닐을 뚫고 파종했습니다. 병뚜껑에 구멍을 내고, 병에 씨를 담아 비닐 구멍에 탈탈 털면서 씨를 묻었습니다. 온갖 정성을 다했지요.
그런데 웬걸! 비 소식에 씨를 뿌렸는데, 비는 건너 뛰었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싹트기를 기다렸으나 듬성듬성 발아가 되었습니다. 들어맞지 않은 일기예보가 원망스러웠습니다. 하는 수 없이 싹이 안 난 곳은 재차 씨를 뿌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깨밭은 먼저 발아 된 녀석, 나중에 발아 된 녀석이 함께 자라게 되었습니다. 시차가 열흘 가까이 되어 키 차이가 나 자랐습니다.
그래도 나는 참깨밭에 정성을 쏟았습니다. 틈나는 대로 풀 뽑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비닐 구멍 사이로 올라오는 쇠뜨기는 참 징그러운 잡초입니다. 녀석은 땅속줄기로 번식하는 모양입니다. 쇠뜨기뿌리는 어찌나 땅속 깊숙이 박혀 있는지요.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쇠뜨기뿌리를 따라가면 지구 반대편이 나온다는 말까지 있을까요.
쇠뜨기 하나를 잡아 뽑으면 뚝 끊어집니다. 뿌리까지 길게 뽑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뽑혀난 곳에 며칠 있으면 어느새 쇠뜨기 새싹이 고개를 쳐듭니다. 그런데 질긴 쇠뜨기도 눈에 보이는 대로 자꾸 뽑으면, 녀석도 점차 위세가 꺾여 자잘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