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플레이모습
나이안틱
닌텐도, 애플의 마지막 '제물'되나, 2011년 7월 29일,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소니·산요·닌텐도 줄줄이···일본IT '침몰중', 2011년 8월 23일, 한국일보 허재경 기자기사 제목이 말해주듯, 2011년의 닌텐도는 스마트폰의 대중화 물결 앞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 닌텐도의 영업이익은 심각하게 추락하고 있었다. '닌텐도, 애플의 마지막 제물되나'(2011년 7월 29일,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기사에 따르면, 2010년 4분기 매출이 약 4450억 엔으로 2009년 같은 기간 6340억 엔보다 1900억 엔 가까이 감소했다.
비단 2010년 초반의 일만은 아니었다. 최근까지도 닌텐도의 현실은 암울했다. 계속되는 실적 부진으로 한국닌텐도는 지난 3월 30일 75명의 인력을 10명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스마트폰용 게임 출시 계획은 없다'는 자만심이 부른 결과였다.
하지만 그런 닌텐도도 벼랑 끝에 몰리자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용 게임 '미토모'가 그것이다. 미토모는 한 달 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0만을 기록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최근 닌텐도는 증강현실(현실에 3차원 물체를 입힌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폰용 게임 '포켓몬 고'를 출시하며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포켓몬 고'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닌텐도는 원래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다. 게임의 서사·구조·장치 등을 잘 설정한다. 콘솔게임기부터, 게임보이·위(wii)와 같은 휴대용 게임기까지, 모두 게임의 재미가 있었기에 흥행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스마트폰과 증강현실의 결합. 현대인들은 온종일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 포켓몬 고는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할 수 있게 현실과 게임 플랫폼을 조화시켰다.
하지만, 무엇보다 '포켓몬 고'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포켓몬스터'라는 콘텐츠에 있다. 스마트폰용 증강현실 게임은 이미 이전에도 나왔고,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 올레가 만든 몬스터를 잡는 게임 '올레 캐치캐치', 곤충잡기 게임 '아이벅스'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포켓몬 고'를 하기 위해 속초까지 가는 현상과 빗대어 볼 때, 국민이 갖는 주목도의 차이가 크다. 포켓몬스터라는 콘텐츠가 이번 흥행의 주역인 이유다. 피카츄의 존재가 꺼져가는 닌텐도에 백만 볼트짜리 전기를 공급해 준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도 큰 교훈을 준다. 바로 '콘텐츠 파워'다. 한번 소비되는 피카츄는 계속해서 소비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만화책으로 소비되던 콘텐츠가 TV로 소비되고, TV로 소비되던 것이 게임기·컴퓨터를 통해 소비되고, 게임기와 컴퓨터를 통해 소비되던 것이 다시 스마트폰으로 소비되는 것을 이번 '포켓몬 고'의 열풍이 보여줬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파급력 있는 콘텐츠가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웹툰 시장'이다.
80·90년대에는 일본 만화가 전 세계를 독점했지만, 오늘날 만화 시대에선 한국도 가능성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약 1719억 원이며, 지난해에는 이보다 100억 원 이상 더 늘어난 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 규모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국내 만화산업 수출은 2010년 815만3000달러에서 2014년 2556만2000달러까지 몸집을 불렸다. 매년 성장률만 33%라는 보도도 있었다.('황금알 낳는 거위' 된 웹툰···글로벌 도약 '기지개' 아시아투데이, 2016.03.16, 박지은 기자) 만화책·TV로 소비되는 것보다 신생 플랫폼인 웹툰을 통해 소비되는 만화가 많은 지금이 한국의 에버그린콘텐츠(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소비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육성할 수 있는 적기다.
'포켓몬 고' 신드롬이 지속 가능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게임 공룡 닌텐도가 시장에서 재기할 수 있다는 신호를 알린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피카츄를 포함한 포켓몬스터라는 콘텐츠가 있었다. 쓰러져 가던 대기업을 살려낸 것은 콘텐츠였다. 우리나라가 웹툰 시장을 장려하고,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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