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재심 개시가 결정된 지난 8일 '삼례 3인조'와 박준영 변호사(맨 왼쪽)가 전주지법 법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7.8
연합뉴스
- 법원이 지난 8일 삼례 나라 슈퍼 살인 사건의 재심 신청을 받아들였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삼례 사건은 장애가 있고 가난한 사람들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본인들의 법적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허위자백을 했던 사건이에요. 사건 자체의 모순도 많지만, 그 후에 진범으로 지목됐던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있었고 그들이 자백했는데도 불구하고 무혐의 결정을 내린 사건이었습니다.
그 당시 진범의 자백이 아주 구체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진범이 법정에서 자백하고 유가족이나 피해자를 찾아가서 사죄까지 한 사건입니다. 그래서 재심은 당연하고, 무죄를 받는 것도 당연한 사건이죠. 그러나 너무나 긴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은 건 우리 사법 현실을 반영하는 것 아닌가 생각되어 안타깝죠.
재심 사건을 환영하고 앞으로 재심과정에서 억울한 사람들의 무죄를 밝히기 위한 노력을 해야죠. 또한 왜 이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 지난 11일 검찰이 항고를 포기했어요."피고인과 대립하는 당사자가 검사잖아요. 그리고 하급심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불복할 권리가 있는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잖아요. 그것은 죄 있는 사람을 처벌하는 데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무고한 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노력도 해야 하거든요. 공익의 대표자 관점에서 본다면 무죄가 분명하고 확실한 사건에서 항고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에서 항고 안 한 게 드물고 저희가 찾지 못했기 때문에 내심 걱정을 했어요. 항고를 안 하니 저희는 반가웠죠. 억울하게 옥살이한 재심청구인들 입장에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 공소시효가 지났는데도 재심 결정이 의미가 있나요?"공소시효라는 게 우리 법에 있기는 하지만 길지는 않았어요. 이 사건 당시 강도치사사건은 공소시효가 10년에 불과해서 2009년에 공소시효는 이미 끝났죠. 그러나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의미는 진범을 처벌하지 못한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사건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공소시효가 끝난 건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특히 이 사건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노력은 공소시효와 무관하게 계속 진행되어야 합니다."
- 재심 결정의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집니다. 진실은 발이 달려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튀어나올 준비가 되어 있죠. 아무리 덮으려 해도 반드시 밝혀지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있는 모습도 우리 사회에서 필요하다, 이게 이 사건의 의미 같아요."
- 이 사건은 어떻게 관심 가지게 되셨어요?"우연히 이 사건에 대한 십수 년 전 방송을 봤어요. 현장 검증 모습을 보는데 맞는 장면 속에 서 두려움에 가득 차 있는 억울한 얼굴을 봤어요. 그래서 이 사건에 관심 가지 게 됐어요."
- 억울한 얼굴이라 관심을 가졌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됩니다."어떤 분들은 사건에 대한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건 기록인데, 기록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억울한 것을 알 수 있냐고 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미 방송에서 억울할 수 있다고 보도가 된 사건이었어요. 그리고 영상 속의 현장 검증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때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또 맞는 모습과 수동적으로 재연하는 부분이 이례적이었어요. 진짜 범인은 안 그러거든요. 삼례 친구들이 두려움에 떨며 불안해하는 모습이 제가 볼 때 억울한 사람이었어요."
- 변호사님은 계속 재심 사건을 맡으시고 계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처음부터 이런 걸 하고 싶지는 않았죠(웃음). 기자님도 인터뷰를 계속하시다 보니 누굴 만날 것인가에 관해 관심이 생기고, 항상 기사를 볼 때도 '이 사람을 만나면 의미가 있겠다'는 관점에서 기사를 보시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제가 처음 재심 사건을 접하게 된 수원 노숙소녀 사건 이후 시사 프로그램이나 언론에 어떤 기사가 나오면 내가 재심을 도울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재심 사례를 제가 찾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는 거죠."
- 하지만 재심사건은 돈벌이가 안 되는데."관심 있으면 계속하게 되잖아요. 저는 아무리 돈벌이가 되더라도 하기 싫으면 안 합니다. 제가 끌려야 합니다. 그러나 이 분야는 성과가 나다 보니 성취감도 있고, 또 가장 억울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의 느낌을 못 잊겠어요. 측은지심이 발동하면 거기서 계산적으로 살 수는 없게 되더라고요. 물론 돈벌이는 해야겠죠. 근데 돈벌이 때문에 측은지심의 마음을 외면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제가 젊으니 돈을 벌 기회가 오겠죠."
- 재심 사건 말고도 사건을 맡으시나요?"밥을 먹고 살아야 하니 수입이 있어야겠죠. 일반 사건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닌데 요즘에는 거의 못해요. 사건 수임을 의도적으로 안 하기도 해요. 재심 사건이 적체되어 있어서요. 수입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죠. 그러나 이런 일을 하다 보면 누군가가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수입이 없어서 경제적으로 안 좋은 상황으로 가는 건 맞는데 아직 절벽으로는 가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끌고 가는 거죠."
"재심 돕는 사회적 시스템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