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0년대부터 노동 이외의 시간을 '헛된 시간(Lost Time)'으로 여기던 생각들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19세기 말이 되면, 지나친 노동 시간은 오히려 노동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관념이 일반화된다.
pixabay
1830년대부터 노동 이외의 시간을 '헛된 시간(Lost Time)'으로 여기던 생각들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19세기 말이 되면, 지나친 노동 시간은 오히려 노동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관념이 일반화된다. 존 레이의 '8시간 근무제(Eight Hours for Work)'라는 논문은 이와 같은 생각에 쐐기를 박았는데, 20세기에 접어든 인류는 주 48시간(1919년)에서 주 40시간(1935년) 근로 원칙을 세우는 데까지 진일보한다. 물론 그 인류의 행보에 '대한민국 사회'가 얼마나 발맞춰 걷고 있는지는 의문스럽지만.
"1일 8시간 근무체제는 생각보다 효율적이지 못하다. 8시간 동안 한 가지 업무에 집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업무를 번갈아가며 진행하거나 중간에 휴식시간을 갖는 등, 근무시간을 더 잘 견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했다." - 어플리케이션 개발사 필리문더스(Filimundus) CEO 리누스 펠트 -
21세기 '노동 시간'과 관련한 최고의 '실험'은 스웨덴이 시도했다. 토머스 모어가 주창했던 '6시간 노동(주 30시간)'을 스웨덴이 실현한 것이다. 스웨덴의 제2도시 예테보리에서 시작된 파격적인 실험은 이제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이 확산이 의미하는 바는 '6시간 노동'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뜻할 것이다.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업무의 질은 향상됐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직원들은 '일상'을 회복했고, 직장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졌다.
노동 시간 단축은 노동 생상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물론 스웨덴식 근무 환경을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그것이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당장' 모든 사회에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더 많이 일할수록 생산성이 늘어난다'는 오래된 '믿음'은 깨졌다는 것이다. 그 증거들이 단지 '연구'가 아니라 '현실'에서 확인됐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볼 때 갑작스레 '6시간 노동'을 말하는 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는 게 사실이다. 스웨덴 노동자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1609시간(2014년 기준)인데 비해 대한민국의 경우는 2124시간이나 된다. OECD 가입국 가운데 2위(1위는 멕시코로 2228시간)에 해당한다. 참고로 OECD 평균은 1770시간인데, 우리와는 차이가 상당하다. 19세기 말 확립됐던 근로 원칙의 합의로부터 대한민국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토록 많이 일하고도 노동 생산성은 28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많은 노동 시간을 견디면서 거기다 살인적인 초과 근무를 수행하고, '일상'까지 포기한 채 야근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의 노동 생산성이 더 낮다면 이제 '다른 생각'을 해볼 때도 된 것 아닐까? 그러니까 단순히 '시간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질'이 중요하다는 사고의 전환 말이다.
'더 적게 일하는 것이 더 높은 노동 생산성을 이끌어낸다'는 데까지 나아갈 수 없다 하더라도 '더 많은 노동이 반드시 높은 생산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도출하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스웨덴의 실험 결과는 그것이 반드시 '정답'이라는 의미보다는 새로운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기에 반갑다. 열어젖혀 진 문 안쪽을 더 많은 사람이 들여다본다면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잊지 말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이다. 일상을 잃은 노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잿빛 노동이 무엇을 '창조'할 수 있을까. 노동을 위해 삶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위해 노동이 있음을, 그리고 그 생의 기운을 회복한 노동이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
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