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겉표지최종규의 〈새로 쓰는 비슷한 말 꾸러미 사전〉
철수와영희
최종규의 <새로 쓰는 비슷한 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사실 '대수롭다'는 말이 한자말인 '중요하다'와 똑같지만 사람들은 '대수롭다'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하죠. 그렇게 안 써 버릇하기 때문에 '대수롭다'는 말이 좋은 우리말인데도 그 쓰임새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죠.
사실 최종규씨가 이 책을 펴낸 까닭도 거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쓰임새가 줄어들고 있고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우리말을 될 수 있는 한 살려보고 더 많은 쓰임새를 되찾도록 말이죠. 그래서 이 책은 수많은 한국말 가운데서 똑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을 주는 '다른 말 1100가지 낱말'을 '264가지 비슷한 말'로 가다듬어 엮었습니다. 이 책을 펴내는데 무려 5년이 걸렸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아 부었을지 능히 짐작할 수 있겠죠.
이 책이 좋은 것은 비슷한 말이면서도 다른 뉘앙스를 지닌 그 실례를 하나씩 들어주고 있어서입니다. 이를테면 '둘레'와 '언저리'가 비슷한 낱말 같지만, 각기 지닌 의미와 함께 실제로 쓰인 예들까지도 써 넣고 있습니다. 또한 '들'과 '들판'과 '들녘'과 '벌'과 '벌판'은 어떻게 각각 다르게 쓰이고 있는지도 여러 예들을 통해서 밝혀주고 있습니다.
"'푸성귀'는 '나물'과 '남새'를 아우르는 이름입니다. '나물'은 들이나 숲에서 스스로 돋는 풀을 가리킵니다. '남새'는 사람이 따로 밭에 심는 풀을 가리킵니다. '남새'를 한자말로는 '채소'라 하며, 일본 한자말로는 '야채'라고 합니다. '푸성귀·나물·남새'는 사람이 먹는 풀을 여러 가지로 살펴서 가리키는 이름이고, 지구별에서 돋는 푸른 빛깔이면서 부드럽고 물기가 많으며 흙에 뿌리를 내리는 목숨을 '풀'이라 합니다.(434쪽)
'남새'라는 낱말은 이 책에서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들에서 마구 자라는 풀과는 달리, 사람이 밭에서 기르는 '채소'를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라는 게 너무나도 생경했죠.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이 책 뒷부분에 보면 '흉터'와 비슷한 말로 '생채기'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그것 역시 비슷한 말이면서도 전혀 색다른 뜻을 지니고 있음도 알려주죠.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된 세상에, 온갖 누리집이 판을 치는 세상에, 손으로 직접 하나씩 하나씩 작업을 하고 그것을 책으로 엮었다니, 어쩌면 바보스러우면서도 이렇듯 우직하지 않았으면 결코 거두지 못할 열매였지 않나 싶습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 그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지 싶습니다. 힘들겠지만, 앞으로도 책상머리 맡에 두고 살펴볼 수 있는 '좋은 한국말 사전'을 찬찬히 더 많이 펴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최종규 지음, 숲노래 기획,
철수와영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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