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회 2대 토닥 이사장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당장 먹을 식비가 없어서 굶거나 연체된 통신비 때문에 핸드폰이 정지되어 고통을 겪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런 청년들에게 가뭄 끝 단비 같은 단체가 바로 청년연대은행토닥(이하 토닥)이다. 토닥에서는 몇 만원, 몇 십 만원 돈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무담보, 자율이자 소액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청년 개개인의 자산 상담 서비스와 청년들을 위한 재무 관리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고(故) 최고은 작가의 죽음 이후, 청년들끼리 힘을 합쳐 빈곤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나타났고 이것이 토닥을 탄생시켰다. 청년 조합원들끼리 5천원, 1만원씩 서로 돈을 모아 두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금씩 대출을 해주고 상환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015년부터 토닥의 2대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김진회(27)씨를 만나 청년연대은행 토닥과 청년부채문제 그리고 본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용등급 평가당할 때 죄인이 된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어떻게 토닥의 이사장을 맡게 됐나요?"처음에는 조합원으로 토닥에 들어왔어요. 당시 제 삶이 많이 불안정해서 언젠가 돈이 필요할 일이 반드시 생길 것 같았거든요. 어느 날 토닥에서 갑작스럽게 활동가 한 분이 사직을 해서 공석이 생겼어요. 그 때 휴학 중이었고 3개월 정도만 일할 사람을 구하는 거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일을 하다가 조금득 1대 토닥 이사장님이 후임 자리를 권유했고 어쩌다 보니 제가 지금 이사장직을 맡고 있네요."
- 빈곤문제를 청년만 겪는 건 아닌데 청년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공제조합이나 공제회가 저희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어요. 이런 단체들은 보통 지역 유대감을 기반으로 하고 주로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40대 이상이에요. 하지만 서울에 사는 청년들은 지역 주민이라는 정체성도 별로 없고 그분들과 세대도 맞지 않아서 어려움을 많이 겪어요. 가입할 때 나이가 만 15세에서 39세이기만 하면 누구든 토닥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단체보다 청년들이 더 쉽게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습니다."
대출을 하러 은행에 가서 신용등급을 평가당할 때 많은 사람들이 마치 죄인이 된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토닥은 신용을 잣대삼아 조합원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조합원들이 함께 모은 출자금에 대한 서로의 신뢰를 담보로 대출을 제공한다. 심지어 이자도 자율에 맡겨 두며, 상환 기간도 기본 12개월이지만 자율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놀랍게도 토닥의 대출상환율은 약 91%에 달하고 있고 나머지 9%의 조합원 대부분도 대출기한이 경과한 후 1, 2달 안에 상환한다.
- 토닥은 담보를 요구하지도 않는데 굉장히 높은 대출 상환율을 보여 주고 있어요. 혹시 빌린 돈을 갚지 않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조치를 하나요?"사실은 저희가 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아무 것도 없어요. 돈을 갚지 못하는 분들은 보통 갚지 않는 게 아니라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분들이에요. 이미 다른 부채를 많이 가진 분들도 있죠. 대출 상환보다는 그 분들의 삶이 나아지는 게 중요해요. 소액대출로 문제 해결이 어려운 분들에게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금융복지 상담센터를 안내해드리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파산이나 회생절차를 돕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