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윤의 알바일지>
윤이나, 미래의창
<미쓰윤의 알바일지>는 한 번도 정규직이 되어본 적이 없는, 14년차 알바생의 기록이다. '14년차 알바생의 웃픈 노동 에세이'라는 부제가 말하듯이 저자 윤이나씨는 단 한번도 정규직으로 지낸 적이 없다.
당연히 4대 보험의 혜택을 받아 본 적도 없고, 꾸준히 적금을 들지도 못했다. 이 책은 삶이라는 정글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믿음과 응원을 보내기 위해 쓰였다. 저자는 비정규직의 버팀과 생존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14년 동안 해온 아르바이트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방송 작가, 과외, 방송 모니터 요원부터 선글라스 판매원, 닭 공장 가공 아르바이트, 빼빼로 판촉 이벤트 도우미, 미사리 카페촌 서빙 아르바이트까지 다양한 경험이 적혀 있다.
각 아르바이트에는 아르바이트 명, 급여,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정도, 아르바이트 추천 대상이 적혀 있어 어떤 아르바이트가 무엇을 요구하고 어떤 난이도의 힘든 일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치는 저자 본인의 경험이 녹아든 솔직 담백한 노동의 기록에 있다. 저자는 14년차 알바생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간다. 원고를 쓰는 프리랜서 노동자로서 원고료 앞에서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어린이 독서 선생님이 되어 아이를 가르치다가 "왜 이런 걸 해요?"라고 당당하게 묻는 아이 앞에서 말문이 막히기도 한다. 생동성 임상시험 알바에 지원했다가 악몽을 꾸기도 한다.
빼빼로데이 날에는 온종일 내내 서서 빼빼로를 판 탓에 입술이 파랗게 변한 채로 만취한 취객을 상대하고, 밸런타인데이 날에는 목이 쉬도록 외쳐가며 초콜릿 통을 팔아치운다. 산처럼 쌓여있는 초콜릿 통을 다 팔고 일을 잘했다며 만 원을 더 받기도 하지만 자신이 외주의 외주라는 사실은 잊지 않는다.
사실 판매왕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나는 그 마트에서도 외주의 외주, 비정규직의 비정규직이었으므로 판매왕 타이틀은 내 몫이 아니었다. 그 주의 판매왕은 이틀 간 내게 8.5(8만5천원 - 기자말)를 쳐준 담당자였다. 몇 주가 지나고 그녀의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지 않자 화이트데이에 와줬으면 좋겠다고. 8.5를 주겠다는 문자가 왔다. - 95p
저자는 자신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전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긍정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모든 경험을 아름답게 그려서 청춘의 경험이자 자신의 양분으로 설명하지 않는 것이다. 대학교 학술 보조 연구원을 하며, 노동의 대가는 임금이며 노동을 가치 있는 일로 만드는 것은 자신 스스로가 해결할 일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동정이나 미화는 보이지 않는다. 타인의 잣대에 따라 노동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하는 모습은 책에 드러나 있지 않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겪는 애환과 경험을 일관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드문 책이다. 다만 아르바이트와 관련된 글이 시간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지 않다. 방송, 판촉, 영업, 가공 등 전혀 다른 직종의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공략이나 가이드라기보다는 무규칙 알바 일기에 가깝다. 읽다 보면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실감나는 에세이 속에서 알바의 노고를 느끼게 되는 책이다.
미쓰윤의 알바일지 - 14년차 알바생의 웃픈 노동 에세이
윤이나 지음,
미래의창,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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