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소 시작... 꼬일대로 꼬였다

[호주 워홀러기 22] 지각 그리고 실수 연발

등록 2016.08.04 20:37수정 2016.08.0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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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차로 속을 썩혔다. 덕분에 단독 사이트를 들어가는 것이 미뤄졌다. 호주에서 청소로 돈을 번다는 것은 결국 사이트를 받는 것과 같다. 한 사이트에는 계약된 인원과 시간이 있다. 한국인들은 특유의 부지런함과 빠른 손놀림으로 1인 2역을 해낸다. 청소로 돈을 번다는 것에는 이런 의미가 있다. 트레이닝과 차 구입이 끝나고 사이트를 몇 개 지정 받았다.


"이제부터 혼자 해봐."

사장은 트레이닝을 마치는 마지막 날 이렇게 말했다. 익숙해진 청소일, 제법 자신도 있었다.

지각, 실수 연발!

 계약된 시간보다 더 일하면? 손해는 당연히 내 몫이다.
계약된 시간보다 더 일하면? 손해는 당연히 내 몫이다. pixabay

평소보다 1시간은 더 일찍 나갔다. 혹시라도 늦을까봐. 감시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시간에 맞춰 끝내야 한다. 계약된 시간보다 더 걸리면 손해는 결국 청소하는 사람의 몫이다. 각오를 다졌지만, 결과는 지각. 한 사이트에서 계속 일이 밀리니 시간이 모자란다. 배운대로 해야 하기에 빼먹을 수도 없다. 헉헉거리면서 손을 놀릴 때 전화가 온다. 슈퍼바이저다.

"어디야?"


슈퍼바이저가 확인 차 전화를 걸었다.

"OO이요."
"늦었네."


긴 대화 없이 전화가 끊겼다. 침묵의 시간은 가장 긴 법이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책임의 크기는 자신이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문득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여기서 워홀러는 떠나가는 사람이야. 결국 일을 일같이 안 한다고. 여기 사람한테는 생계잖아. 그런데 걔네한테는 아르바이트인 거야. 마음가짐이 같겠어? 여기 사장들은 그것을 의심한다고."

이런 의심이 싫어 일찍 나오려고 했건만 되는 일이 없다.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슈퍼바이저, 구원의 손길을 뻗다

이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문 열어줘."

슈퍼바이저다. 그는 희희낙락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왔다.

"그럴 줄 알았어.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실수며 지각이며 하더라."

그는 묵묵히 밀린 일을 거든다.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 내게 그가 말했다.

"처음엔 다 그런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다음부터 잘하면 되지."
"그래도 지각이며 실수며 너무 많이 한 거 아닌강? 괜히 폐만 끼치고…."
"원래 이런 거 하려고 하는 게 슈퍼바이저인거야. 괜찮아."

사장에게도 전화가 온다.

"늦었다며? 처음이니까 그런거지. 다음부터 잘하면 돼. 좀 더 일찍 나오고."

예상했다는 듯한 말투다. 마음이 놓인다. 잘릴 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사그라든다. 이곳 호주에서 나를 지켜줄 것은 없다. 법의 보호를 받는 처지도 아니니까 말이다. 사장과 슈퍼바이저의말에 내 불안은 안도로 바뀐다.

직접 만나자는 쪽지를 받았다

 시드니에 친구가 생겼다.
시드니에 친구가 생겼다.pixabay

<오마이뉴스>에 '호주 워홀러기' 기사를 쓰기 시작한 이우, 의외로 한인들이 호주에서 쓰는 이야기를 검색해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어느 날 <오마이뉴스> 쪽지 하나가 도착했다.

"저는 OOO입니다. 호주에 있는데 만나보고 싶습니다."

궁금했다. 연락처를 교환하고 만났다. 호주에서 한인을 만나는 건 자칫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 연락처를 교환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는 의외로 나와 같은 또래였다.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나이도 비슷하고, 시드니에 있고…."

그와 커피를 앞에 두고 얘기를 나눴다. 그는 유학을 위해 20세 이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영어를 하기 위해 한국인이 없는 시골에 간 이야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와 지인이 겹친다. 게다가 우연히도 닮은 구석이 있다. 넓은 시드니에서 공통점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연을 신기해하며 그와 친구를 맺었다. 시드니에서 맺은 첫 번째 친구였다.
덧붙이는 글 스물일곱.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지내며 겪는 일들을 연재식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호주 #시드니 #청소 #친구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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