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노동의 끝집으로 향하는 어버지의 발길
김경수
대부분의 남편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월급은 모두 아내 통장으로 넘어가고 별도로 받는 수당 중에 일부를 용돈으로 쓴다. 이걸 개미처럼 아껴 사막에 가는 밑천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니 웬만한 자린고비 짓도 마다치 않는다. 옷이나 신발은 출정에 필요한 것 외에는 거의 사지 않는다. 기분 내키는 대로 뭔가를 사들이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그래도 나는 크게 불만이 없다. 비록 일면은 궁박해도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월, 인도 남서부 케랄라 깊숙한 곳 뮤나에서 펼쳐진 'The Ultra INDIA Race 2012' 대회도 마찬가지다. 각국에서 모여든 선수들 틈에 끼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로를 따라 어디론가 향했다.
그간 용돈을 아껴 경비를 마련하고, 직장 상사 눈치를 살피며 휴가를 얻었지만, 연일 계속된 송년 모임과 겨울 한파로 운동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경기가 설 연휴에 껴서 간신히 아내의 재가를 받았지만, 호화로운 관광도 넉넉한 유람도 아니다. 오로지 극한을 쫓아 터진 발바닥 물집의 고통을 씹으며 달리고 또 달리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