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6 새누리당 정책워크숍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희훈
"당의 혁신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것이라도 제안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소명이다."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3일 첫 회의에서 던진 일성이다. 그 첫머리 단어인 '혁신'. 김 위원장은 이후 숱한 공식석상에서 필수 레퍼토리로 당의 혁신을 외치고 또 강조했다(관련 기사 :
새누리 김희옥 "당명 빼고 다 바꿔야 될 상황"). 오는 9일 전당대회를 끝으로 문을 닫는 혁신비대위는 그가 말한 혁신의 '소명'을 다 이뤘을까. 당 안팎의 평가는 '글쎄요'다.
당내 인사들의 점수는 시작부터 끝까지 짜기만 했다. 출범 초기, 나경원 의원은 지난 6월 24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혁신비대위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어쨌든 8월 9일 전당대회까지가 비대위 활동 기한이다, 전당대회 준비 사무 이외 특별히 할 일이 없을 거다"라며 혁신비대위에 대한 기대를 일찍부터 접었다.
최근에는 홍문표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뼈를 깎겠다더니 손톱도 못깎는다"라며 '김희옥 호'의 과업 수행능력에 혹독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관련 기사 :
홍문표 "김희옥, 뼈 깎는다더니 손톱도 못 깎아"). 다수의 언론 보도도 '그림자 혁신비대위원장', '존재감 없는 혁신비대위' 등의 표현으로 혁신비대위의 무능함을 질타했다.
여당의 역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는 흔치않은 경험이었지만, 비대위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민심을 추스릴만한 '묘수'를 내놓지는 못했다. 자칫 김희옥 비대위는 '사상 최악의 비대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혁신비대위의 무력은 출범 단계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출범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혁신비대위의 발목을 잡았다. 그 모든 배경엔 '망령'이라 불릴 정도로 당내 깊숙이 뿌리박힌 '계파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망령이 출몰할 때마다 혁신비대위는 삐걱삐걱 흔들렸다.
[탄생] '친박 보이콧'의 결과물, '김희옥 호' 혁신비대위 "계파가 있다 없다 논하기 전에 국민의 눈에 그렇게 보인다면 당에 퇴행적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지난 6월 2일 전국위의 만장일치 '박수 의결'을 통해 추대된 김희옥 위원장은 주요 혁신 과제로 계파 청산을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위원장의 추대 직전까지도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져 끝없는 반목을 거듭했다. 5월 17일 친박 의원 다수가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한 비박계 중심의 지도부 구성에 반발, 전국위를 집단 불참하면서 혁신·비대위 구성을 저지한 것이 대표 사례다.
외부 인사인 김희옥 위원장을 추대하고, 비대위원 구성도 친박-비박 각각 1명과 외부위원 중심으로 꾸린 후에야 겨우 당의 혁신 기구가 작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관련 기사 :
"동네 양아치들도 이러진 않아", 수렁에 빠진 새누리). 출범 후 당장의 갈등만 봉합하기 위한 '단기 처방형 비대위'라는 지적이 따라 나왔다. 4.13 총선 패배의 원인을 진단하고 구악을 없애는 혁신 작업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일었다.
[진통] '복병'이 된 복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