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문학상? 문인 전체 욕보이는 것"

4일, 한국문인협회의 이광수·최남선 문학상 제정 규탄 기자회견 열려

등록 2016.08.05 10:45수정 2016.08.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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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문협)가 친일문인 이광수와 최남선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제정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이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 465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역사정의실천연대는 4일 오전 문협이 자리잡고 있는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39년에 설립된 최대의 친일문인단체인 조선문인협회를 계승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대표적인 친일문인을 기리는 상을 제정한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문협은 '친일 문학상' 제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문인협회의 육당?춘원 문학상 제정 규탄 기자회견
한국문인협회의 육당?춘원 문학상 제정 규탄 기자회견송민희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이들은 단순한 문학인이기 전에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부분을 상징한 인물이므로 이들을 기리는 상을 만든다는 것은 이완용을 기리는 상을 제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하며, 문협 회원들을 향해 "회원들 회비로 만든 '친일 문학상' 제정에 진정 동의하는 것인가, 아니라면 왜 침묵하는가"라고 꼬집었다.

문협은 국내 최대 문인단체로 지난 7월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문효치 이사장이 제안한 '육당문학상'과 '춘원문학상' 제정안을 가결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이광수가 쓴 소설 <무정> 발표 100년을 기념해 심포지엄도 열겠다고 밝혔다. 문효치 이사장은 "육당과 춘원의 친일 부분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작품에 대해서는 평가해야 한다"며, "한국 현대문학 초창기에 두 분이 작품으로써 문학사 건설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인데 친일 행적 때문에 문학적 자산까지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문학상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2일 민족문제연구소는 논평을 내고 "이는 전형적인 '공과론'으로 해방 직후부터 최근까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친일파와 친일비호세력들의 변명 중 하나에 불과하다. '문학적 자산이 가려져선 안 된다'는 문 이사장의 핑계와 달리 최남선과 이광수에 대한 연구는 차고도 넘치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문인협회의 육당?춘원 문학상 제정 규탄 기자회견
한국문인협회의 육당?춘원 문학상 제정 규탄 기자회견송민희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도 문 이사장이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증조부로 두었다고 말하면서 "선대의 친일에 대한 반성의 뜻을 밝힌 적이 있는 사람이 자숙하기는커녕 앞장서서 천황에 충성한 식민지 괴벨스들을 기념하는 사업을 제안한단 말인가, 그동안 한국문인협회가 시대의 모순에 애써 눈귀를 닫고 침묵한 일에 대해 성찰하고 과오를 바로잡으려 노력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느닷없이 대표적인 친일 문인들을 기념하겠다고 나서니 망발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광수와 최남선은 온 민족의 신뢰와 기대를 한 몸에 받고서도 신념을 꺾고 앞잡이의 우두머리가 되어 그 아까운 재능을 일제의 침략전쟁과 식민통치에 부응하는 일에 남김없이 쏟았다"며 "이들은 친일인명사전 뿐만 아니라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규정한 반민족행위자에도 포함된 특급 친일파"라면서 이들의 관련 행적을 설명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논평에 따르면 이광수는 1939년 친일단체인 조선문인협회 회장에 취임하여 〈내선일체와 조선문학><황민화와 조선문학>을 쓰는 등 조선문학을 일제의 선전도구로 만드는 데 앞장섰고, 1940년 창씨개명이 실시되자 가야마 미쓰오(香山光郞)로 이름을 바꾸고 〈창씨와 나>를 기고하는 등 창씨제도를 적극 선전했다.

1943년 징병제 실시가 공포되자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생들에게 학도병으로 출진할 것을 권유하였고, 〈지원병장행가><징병제의 감격과 용의> 등을 기고하여 조선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신념으로 일제에 협력한 최고의 친일 이데올로기로 평가받고 있다.


 이광수_­ 『매일신보』. <창씨와 나>. 1940.2.20
이광수_­ 『매일신보』. <창씨와 나>. 1940.2.20 민족문제연구소

최남선은 1928년부터 1943년까지 조선사편수회 위원으로서 일제의 역사왜곡과 식민사학 수립에 협력하였으며, 1938년부터 5년간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건국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친일 고위관리를 양성했다. 1941년 국민총력조선연맹 문화부 문화위원을 시작으로 임전대책협의회 등 각종 친일단체의 주요 임원으로 참여했다. 징병·징용·국방헌납 등 전쟁동원을 선전하는 시국강연과 좌담회에 단골 강사로 참석하였고 〈보람 있게 죽자〉외 수많은 친일논설을 발표했다.

 최남선_­『매일신보』.<나가자 청년학도야>.1943.11.20
최남선_­『매일신보』.<나가자 청년학도야>.1943.11.20 민족문제연구소

이날 기자회견에는 진보적인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이 다수 참석했다. 작가회의 회원인 조길성 시인은 "프랑스에서는 총살감인 일제부역자를 기리는 상을 제정한다는 것은 역사정의의 문제이자, 민족자존심의 문제"라며 "문인 전체를 욕보인 문협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친일 문학상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이번 사안은 지난 해 논란이 된 교육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이달의 스승' 문제와 본질적으로 같다"며 "이러한 '친일문학상' 제정 흐름이 국어교과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상권 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도 "박근혜 정부의 역사파괴에 저항해야 할 문인들이 전쟁범죄자를 기린다는 현실이 너무나 참담하다"라며, "역사정의실천연대가 앞장서서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국문인협회가 '친일 문학상' 제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문협이 시대착오적 친일 미화를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죄할 것과 국회는 친일파 기념사업 금지법을 즉시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기자회견 마지막에는 참석자들이 반민특위에 제일 먼저 끌려가 단죄되었던 이광수·최남선을 다시 단죄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문인협회의 육당?춘원 문학상 제정 규탄 기자회견
한국문인협회의 육당?춘원 문학상 제정 규탄 기자회견송민희

 한국문인협회의 육당?춘원 문학상 제정 규탄 기자회견
한국문인협회의 육당?춘원 문학상 제정 규탄 기자회견송민희

#한국문인협회 #이광수 #최남선 #역사정의실천연대 #친일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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