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가 끝난 밀밭과 해바라기밭9월이다보니 밀밭은 이미 추수가 끝나있었다.
정효정
"설마 너 얘 모르니? 교회 안 다니는구나"어느날, 독일 코미디 영화를 봤다. <지저스 러브스 미 (Jesus Loves Me, 2012)>라는 영화였다. 결혼에 실패한 독일 노처녀 마리 앞에 어느날 한 청년이 등장한다. 그들이 처음 만난 날, 마리는 이 톡특한 청년에 대해 궁금해졌다.
"어디 출신이에요?" "갈릴리. 팔레스타인에 있어요." 해맑게 팔레스타인이라고 답하는 청년의 모습에 그녀는 기겁한다.
'팔레스타인! 세상에, 테러리스트... 잠깐, 쉽게 단정짓지 말자.'
"이름은 뭐예요?""여호수아."'거봐, 진짜 테러리스트잖아'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영화다. 지구 종말을 지켜보기 위해 신의 아들 지저스가 지구에 왔는데 막달라 마리아의 환생인 독일 노처녀 마리와 썸을 탄다는 설정이다. 사실 영화는 재미있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았지만 잘생긴 지저스(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는 확실히 기억에 남았다. 사실 겉모습이야말로 우리가 현혹되어 미끼를 물기 가장 쉬운 것이 아닌가. 그리고 실제로 나는 그럴듯한 겉모습에 현혹된 아픈 경험이 있다.
오래전 북인도 마날리를 여행할 때였다. 전망 좋은 숙소를 찾아 헤매다가 포기하고 골목 귀퉁이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너무 저렴한 숙소였나 보다. 짐을 풀고 보니 이스라엘 여행자들의 아지트였다.
인도를 여행하는 이스라엘 여행자 중 다수가 군복무를 마치고 온 20대 초반 젊은이들이다. 군대에서 막 제대해서인지 술과 마리화나에 적극적이고, 시비가 붙는 경우도 많았다. 휴양도시 마날리는 온천으로도 유명하지만 마리화나로도 유명했다. 때문에 이스라엘 여행자 아지트에 들어섰다는 것은 24시간 머리 아픈 마리화나 냄새를 맡아야 한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