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밀짚모자를 쓰면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지혜의 완성입니다.
전갑남
가을 들머리에 선다는 입추(8월 7일)가 지났습니다. 아침저녁으로 가을 전령사들의 풀벌레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가을 문턱에 들어섰다고 하면 성급해도 한참 성급할 것 같습니다. 더위는 하늘을 찌를 듯 기세가 등등합니다. 느낌으로 보면 올 여름 중 가장 더운 날 같습니다.
나는 오랜만에 볼 일이 있어 읍내에 나왔습니다. 콩국수로 늦은 점심을 먹고서 내가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현덕이네 좀 들렸다 갑시다!""왜요?""그동안 궁금하기도 하고. 참깨 벨 때 되었는데, 좀 여쭤보게!""더운데 어딜 가요? 여름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데…."잠깐 인사만 드리고 오자고 하자, 아내는 순순히 운전대를 현덕이네로 돌립니다. 형제간처럼 우리를 늘 살갑게 대해주는 현덕이네라 오랜만에 인사도 드릴 겸 방문하였습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더위에 고추밭에서...집 안에 사람이 없어 우리는 현덕이네 고추밭으로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뙤약볕에서 현덕이어머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흔을 넘긴 분께서 한낮 뙤약볕에서 고추를 따고 계십니다.
"아니, 지금 이 더위에 고추 따시는 거예요?""첫물고추를 빨리 때내야 하는데, 우린 조금 늦었어!""해 숨 죽이면 일을 하셔야지!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덥다고 일 안하고, 선선할 때 기다리다 금방 해 넘겨 못하고! 그럼 어느 세월에 일을 한담!"요 며칠 벼논에 이삭거름 주느라, 고추 따는 게 늦었다며 찜통더위에도 손을 놓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덕 어머니 차림새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머리에 밀짚모자를 쓰고, 망사 그물망을 동여 맨 모습이 보통 차림이 아닙니다. 아내가 의아해서 묻습니다.
"아니, 머리에 뭘 쓰고 계세요?""으응 너무 뜨거워서 얼음을 수건에 넣었지!""얼음을요?""이렇게 하면 얼마나 시원한데!""어머나 세상에!""요기 한번 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