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책상 정리하는날, 엄마는 결국 무너졌다

[현장] 3일 동안 단원고 기억교실 이전작업... "이렇게는 못 보내" 오열하는 유가족

등록 2016.08.11 16:18수정 2016.08.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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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존치교실 이전을 앞두고 해당 학부모들이 유품과 추모물품을 정리하며 오열하고 있다.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존치교실 이전을 앞두고 해당 학부모들이 유품과 추모물품을 정리하며 오열하고 있다.이희훈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존치교실 이전을 앞두고 해당 학부모들이 유품과 추모물품을 정리하는 모습을 희생자 고 남지현 학생 언니 서현씨가 교실 밖에서 지켜 보고 있다.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존치교실 이전을 앞두고 해당 학부모들이 유품과 추모물품을 정리하는 모습을 희생자 고 남지현 학생 언니 서현씨가 교실 밖에서 지켜 보고 있다.이희훈

아빠 남태식(58)씨는 조용히 책상 위에 있던 작은 딸 남지현양의 사진을 하나씩 종이 박스에 담았다. 엄마 전옥(48)씨는 많은 사람이 딸에게 쓴 쪽지와 편지를 앨범에 넣었다. '지현이를 영원히 사랑하고 기억할게'라고 적힌 가족 쪽지도, '생일 축하해, 사랑한다'고 적은 짝꿍의 쪽지도 옮겼다.

몇 분 후 책상은 깨끗이 치워졌다. 두 사람은 곧 종이 박스 뚜껑을 닫았다. 전옥씨는 이내 뚜껑을 부여잡고 그제야 소리 내 울었다. 이를 지켜보던 남태식씨의 어깨가 들썩거렸고, 눈에 눈물이 고였다. 기억교실 이전 자원봉사자이기도 한 큰딸 남서현(24)씨는 아빠 옆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 냈다.

전옥씨는 종이 박스에서 딸의 사진을 꺼낸 뒤 뽀뽀를 하고 종이 상자를 덮었다. 종이 박스를 연신 쓰다듬으면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옛 2학년 2반 교실(기억교실)은 눈물바다였다.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들은 이날부터 3일 동안 아이들의 책상을 정리한다. 유가족과 416기억저장소 쪽은 18일까지 교실 이전 준비 작업을 모두 끝낼 예정이다. 기억교실 기록물들은 추모관이 건립될 때까지 안산교육지원청에 보관된다.

"딸이 간 것도 억울한데... 모두 감추려는 것 같다"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존치교실 이전을 앞두고 해당 학부모들이 유품과 추모물품을 정리하며 오열하고 있다.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존치교실 이전을 앞두고 해당 학부모들이 유품과 추모물품을 정리하며 오열하고 있다.이희훈

아이의 책상을 치우는 것은 몇 분이면 끝났다. 하지만 그 책상에서 일어서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옛 2학년 2반 교실을 가장 먼저 찾은 김수정양의 어머니는 딸의 책상 옆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살려달라고 얼마나 외쳤겠어.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
"우리 애가 뭘 잘못했는데. 간 것도 억울한데... 죽고 싶은 심정이야."


많은 이들이 한 시간 넘게 위로한 덕분에, 그는 가까스로 책상을 정리하고 교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김소정양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눈물을 쏟아 주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소정양의 어머니는 세월호 참사 이후 건강을 잃었다. 고혈압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 소정양의 어머니는 딸의 교복과 교과서를 꼭 끌어안고 "(책상을) 어떻게 치워. 이거 안 치우면 안 돼요?", "난 이렇게는 못 보내"라고 흐느꼈다.


소정양의 아버지가 책상을 치우자, 어머니는 책상을 부여잡고 "억울해서 못 보내"라고 외쳤다. 전옥씨가 소정양의 어머니에게 "이제 정리하자"고 다독였지만, "못해. 못해. 이거 정리하면 보내는 거잖아"라는 울음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책상을 두드리며 "애를 두고 어디를 가"라고 말했다.

소정양의 어머니는 물을 마시라는 다른 유가족의 권유를 물리쳤다. "물 먹고 힘내야 책상을 지키지"라는 말에 그제야 물을 들이켰다. 곧 주변의 부축을 받아 교실을 빠져나갔다.

이혜경양의 어머니는 책상을 치우는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남편인 이중섭(59)씨는 묵묵히 딸의 책상을 치웠다. 책상을 치운 후 이씨는 "혜경이는 내 나이 서른아홉에 낳은 늦둥이 막내딸이다. 하루라도 아이 생각을 안 하는 날이 없다. 특히, 아이 엄마는 지금도 매일 눈물 속에서 산다"라고 전했다.

이씨는 "밖에서 뛰어놀고, 공부 열심히 해서 지금은 좋은 대학에 갔을 나이인데, 그렇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면서 "혜경이는 17년밖에 살지 못했지만, 가족들은 영원히 혜경이를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책상을 치우지만, 세월호 참사를 지우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감추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씁쓸해했다. 

이게 기억에 대한 예의인가... "쫓겨나는 기분 들었다"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존치교실 이전을 앞두고 해당 학부모들이 유품과 추모물품을 정리하며 오열하고 있다.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존치교실 이전을 앞두고 해당 학부모들이 유품과 추모물품을 정리하며 오열하고 있다.이희훈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존치교실 이전을 앞두고 해당 학부모들이 유품과 추모물품을 정리하며 오열하고 있다.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존치교실 이전을 앞두고 해당 학부모들이 유품과 추모물품을 정리하며 오열하고 있다.이희훈

유가족들은 슬픔과 함께 학교와 교육 당국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남서현씨는 "소정이 어머니가 몸이 안 좋으신데, 우시면서 책상 치우지 않겠다고 한 말이 참 슬펐다. 교실 문제와 관련해서, 유가족들은 고집을 부리는 것으로 비쳤다"면서 "유가족들은 외로움을 많이 느꼈는데, 오늘은 쫓겨나는 기분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서현씨는 "잔인하다"라고도 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동생 장례 때도 학교에 들렀는데, 학교에서는 박스에 동생 짐을 담아놓았다. 그때도 엄마가 상자를 부여잡고 우셨다"면서 "오늘 다시 한 번 그 장면이 반복됐다. (책상과 교실 정리를 원하는) 학교의 모습을 보고 '이게 기록과 기억에 대한 예의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 많이 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들이 교실을 지키려고 했던 것은 단순히 아이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의 변화를 위해서였다"면서 "단원고가 새로운 교육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줬다면, 유가족들에게도 교실 이전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현씨는 허다윤양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서현씨의 동생 남지현양과 같은 반인 허다윤양은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허다윤양의 부모는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가 하루빨리 인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서현씨는 "단원고가 아이들을 수학여행에 데려갔으면, 모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소한의 도리 아니냐"면서 "아직 4명의 학생과 2명의 선생님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교실을 이전하는 것은 미수습자한테 너무 잔인한 일이다. 교실을 지키지 못해, 다윤이를 비롯해 미수습자 가족들한테 미안하다"라고 전했다.
#기억교실 이전 #세월호 참사 #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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