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존치교실 이전을 앞두고 해당 학부모들이 유품과 추모물품을 정리하며 오열하고 있다.
이희훈
아이의 책상을 치우는 것은 몇 분이면 끝났다. 하지만 그 책상에서 일어서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옛 2학년 2반 교실을 가장 먼저 찾은 김수정양의 어머니는 딸의 책상 옆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살려달라고 얼마나 외쳤겠어.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우리 애가 뭘 잘못했는데. 간 것도 억울한데... 죽고 싶은 심정이야." 많은 이들이 한 시간 넘게 위로한 덕분에, 그는 가까스로 책상을 정리하고 교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김소정양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눈물을 쏟아 주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소정양의 어머니는 세월호 참사 이후 건강을 잃었다. 고혈압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 소정양의 어머니는 딸의 교복과 교과서를 꼭 끌어안고 "(책상을) 어떻게 치워. 이거 안 치우면 안 돼요?", "난 이렇게는 못 보내"라고 흐느꼈다.
소정양의 아버지가 책상을 치우자, 어머니는 책상을 부여잡고 "억울해서 못 보내"라고 외쳤다. 전옥씨가 소정양의 어머니에게 "이제 정리하자"고 다독였지만, "못해. 못해. 이거 정리하면 보내는 거잖아"라는 울음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책상을 두드리며 "애를 두고 어디를 가"라고 말했다.
소정양의 어머니는 물을 마시라는 다른 유가족의 권유를 물리쳤다. "물 먹고 힘내야 책상을 지키지"라는 말에 그제야 물을 들이켰다. 곧 주변의 부축을 받아 교실을 빠져나갔다.
이혜경양의 어머니는 책상을 치우는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남편인 이중섭(59)씨는 묵묵히 딸의 책상을 치웠다. 책상을 치운 후 이씨는 "혜경이는 내 나이 서른아홉에 낳은 늦둥이 막내딸이다. 하루라도 아이 생각을 안 하는 날이 없다. 특히, 아이 엄마는 지금도 매일 눈물 속에서 산다"라고 전했다.
이씨는 "밖에서 뛰어놀고, 공부 열심히 해서 지금은 좋은 대학에 갔을 나이인데, 그렇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면서 "혜경이는 17년밖에 살지 못했지만, 가족들은 영원히 혜경이를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책상을 치우지만, 세월호 참사를 지우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감추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씁쓸해했다.
이게 기억에 대한 예의인가... "쫓겨나는 기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