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기억교실 임시 이전 전야제인 ‘기억과 약속의 밤’ 행사가 열리고 있다.
선대식
"10년 뒤에는 엄청난 음악교사가 되어 있을 거야.""나이 먹으면 제주도에 집을 사놓을 거야.""나는 하와이에!"19일 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운동장에는 학생들이 꿈을 이야기하는 소리가 퍼졌다.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재잘거렸다. 운동장에 마련된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는 '2014년 4월 11일 아이들의 수다'라는 자막이 흘렀다. 곧 스크린에는 아이들이 생전에 직접 찍은 영상과 사진이 지나갔다.
이어 아이들이 생전에 지냈던 교실이 비쳤다. 곧 250명의 아이들과 12명의 선생님이 쓰던 책상이 차례로 지나갔다. 사회자인 가수 홍순관씨는 그에 맞춰 이들의 이름을 한 명씩 눈물 섞인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마지막에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운동장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무대에 오른 가수 이상은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위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는데, 참 힘든 자리"라며 노래를 연달아 불렀다. 마지막 노래는 <언젠가는>이었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헤어진 모습 이대로..."눈물의 공연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한 안산시민 1000여 명은 희생 학생들과 교사의 유품이 단원고를 떠나기 전날인 이날 밤, '기억과 약속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단원고 운동장에 모였다.
대학생이 된 생존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운동장 한 편에 '미안해 친구들아!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사랑한다 친구들아~'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었다. 또한 많은 단원중·단원고 재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참석했다.
운동장에 마련된 무대의 배경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이름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적혔고, 9명의 미수습자 이름은 도드라져 보였다.
이날 행사는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공연으로 채워졌다. 나희덕 시인은 <난파된 교실>이라는 시로 희생 학생들을 추모하고 배를 버리고 떠난 세월호 선원들을 비판했다. '자전거 탄 풍경'은 <아빠가 미안해>라는 노래로 유가족들의 가슴을 울렸다.
"꿈꾸기보다는 영리하게 살라고 맞서기보다는 모른 척 따라가라 가르쳤지그래서 아빠가 미안해어지럽고 탁한 세상에숨이 막혀 답답하고 지쳐도어딘가에 있을 너의 꿈을 찾길 바라..."유가족들은 공연 내내 눈물을 흘렸다. '주현 엄마' 김정해씨는 "무대 배경에 아이 이름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가수 이상은씨, 그룹 '자전거 탄 풍경'과 '우리나라'가 부른 노래는 생전에 기타를 많이 쳤던 주현이가 좋아했던 노래였다. 특히 노래의 가사가 저희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약속 지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