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은 착한 왕> 나무를 없애는 착한왕의 왕국이범재 글, 그림/ 계수나무
최혜정
이범재의 <혼자 남은 착한 왕>에도 '절대 권력'을 가진 '착한 왕'이 등장합니다. 그는 <1984>의 절대 영웅 '빅브라더'처럼, <멋진 신세계>의 완벽하게 합리적인 듯한 '과학'처럼 '착함'을 가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착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착하지 않는 것은 그의 왕국에서 모두 버려버립니다. 착하지 않은 물건도, 착하지 않은 식물도, 착하지 않은 사람마저도 모두 왕국 밖으로 내쳐집니다.
그런데 그 '착하다는 것'이 오로지 절대 권력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니 난감할 노릇입니다. '착한 왕'은 낡은 물건은 착하지 않다 하여 모조리 버립니다. 가장 낡은 물건을 버리면 그 다음 물건이 또 가장 낡았으니 물건은 끊임없이 버려지고 새 것들로 채워집니다.
열매 맺지 않는 식물은 모두 착하지 않다고 뽑아버리니 산과 들은 황량해집니다. 못 생긴 사람, 키 작은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착한 왕'이 보기에 특별한 사람들은 모두 왕국 밖으로 추방당하고 맙니다. 추방당하는 사람들을 보니 우리 모두가 알 만한 사람들이 보입니다. 모차르트, 마이클 잭슨,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스티븐 호킹.....
그림책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도 가끔 이런 일들이 벌어집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착한' 행동 때문에 멀쩡한 물건들이 버려지기도 하고, 온통 새로운 것으로 채워지기도 합니다. 아무 잘못 없는 자연이 망가지기도 하고,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이 죄인이 되어 내쳐지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