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재자연화 위해 종교적 투쟁"불교계가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종교적 투쟁에 뛰어들었다. 맨 앞에 선 이는 법일 스님이다. 그는 지난해 말 전남 완도 신흥사의 주지를 그만두고 불교환경연대의 상임대표에 취임했다. 우리 사회에 다시 '생명의 담론'을 던지기 위해서다.
정대희
한강에서 시작한 기찻길이 금강을 향해 뻗어 영산강에 닿았다.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기차를 타고 300km를 달려왔는데,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는 마찬가지다. 때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도착하셨습니까? 지금 어디 계세요?"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반갑다. 부랴부랴 그의 차에 올라타며 인사를 건넸다. 승복 차림의 운전대를 잡은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근처에 절이 있으니 우선 그쪽으로 이동하죠."지난 16일 광주광역시 무각사에서 법일(59)스님을 만났다. '시대 변화에 맞춰 불교가 먼저 중생 속으로 가깝게 다가서야 한다'는 청학 스님의 지론에 따라 도심 한복판에 세워진 절이다. 몇 발자국만 옮기면, 8차선 도로 양 옆으로 콘크리트 건물이 빼곡하다. 이곳서 그는 수경스님에게 '불교환경연대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엔 능력이 안 되니 맡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수경스님이 '그럼 불교환경연대를 없애자'고 하더라고요. 더는 거절하기 힘들었습니다. 오체투지로 다리가 성치 않은 분이 이곳(광주)까지 지팡이를 짚고 와 하는 이야기니 허튼 소리는 아닐 터였겠죠. 불교환경연대가 갖고 있는 사회적 의미도 사리지게 할 수 없었습니다. 승낙할 수밖에 없었죠."4대강 사업현장에 오랜 침묵을 깨고 스님들이 나타났다. 우리 사회에 다시 '생명의 담론'을 던지기 위해서다. 이 일에 앞장선 이가 바로 법일스님이다. 그는 지난해 말 전남 완도의 신흥사 주지를 내려놓고 최근 불교환경연대의 신임 상임대표에 취임했다.
법일스님 취임 후 불교환경연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4대강 100일 수행길'이다. 지난 8월 23일부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가 주최하는 '4대강 청문회 열자' 캠페인에도 함께하기로 했다. 불교계가 다시 4대강에 주목하는 이유를 그에게 물었다.
"1300만명 식수가 썩었다, 그 물로 자란 채소·과일을 국민이 먹는다"
- 왜 4대강 100일 수행길을 떠났나."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침체된 불교환경연대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다. 4대강 반대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상처를 받고 연대가 약해지면서 조직이 무너졌다. 두 번째는 4대강 사업 이후 강이 어떻게 변했는지 기록하기 위해서다. 4대강 사업은 국민과 전문가의 반대에도 몇 사람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한 일이다. 끝내 막지 못해 부끄럽고 무수히 죽어간 생명들에게도 미안했다."
- 순례길이 아니라 수행길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가 있는지?"지치지 않기 위해서다. 4대강 재자연화는 기나긴 싸움이다. 내면의 힘을 기르지 않으면 운동을 하다가 커다란 벽에 부딪혀 그만두게 된다. 남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욕망을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 열심히 4대강 사업을 반대했지만, 결국 국가권력이 힘으로 밀어붙였다. 반대운동을 한 사람들은 상실감이 컸을 거다. 그렇게 4대강에서 떠난 사람들이 많다. 막지 못했다는 욕망도 성찰해야 한다."
- 4대강 사업으로 강이 참혹하게 변했다. "강물은 썩고 악취가 진동했다. 생명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낮에는 걷고 밤에는 물었다.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의 행복과 생명을 지키는 게 국가인데, 어떻게 이런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몇 사람의 탐욕에 1300만 명의 식수 낙동강이 썩고 그 물을 먹고 자란 채소와 과일을 국민들이 또 먹어야 한다니…. 이게 국가가 할 짓인가. 분노가 일고 욕이 나왔다.
4대강에는 한국사회의 모순이 집약돼 있다. 이 사업은 과연 몇 사람들을 위한 것일까? 공사는 정상적으로 됐을까? 썩은 4대강에는 권력과 자본, 건설, 전문가,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가득하다. 그 피해는 강에 의지해 사는 농민, 어민들의 삶을 황폐화 시켰다. 사람들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죽음까지 불러왔다. 이건 단순히 강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의 모순덩어리가 지금의 4대강을 만든 것이다."
"내년 대선 출마후보들에게 '4대강 재자연화' 제안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