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 공장 안에 있는 피켓
연정
"회사가 이야기한 9500만 원 연봉은 2014년도 기준인데, 그때 통상임금 판결 때문에 일시적으로 연봉이 올라갔던 겁니다."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제기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통상임금과 관련하여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했다. 하지만, 추가임금 소급 청구는 노사가 기존에 합의한 임금 수준 관행을 넘어서기 때문에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거하여 허용하지 않았다.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은 이 판결대로 임금 소급분은 청구하지 않았다. 따라서 지회는 기존 단체협약이 종료되는 2014년 4월 1일부터 발생하는 시간 외 근무시간에 대한 통상임금 확대 적용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회가 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하여 임금체불이 확인이 되는 그해 여름부터 적용이 이루어져서 4월~12월 초과근무수당에 대해 확대된 통상임금이 적용된 수당을 받았다.
한정우 대의원은 사측이 주장하는 고액연봉은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로 2014년에 추가 지급된 초과노동상승분 40억 원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답답한 마음을 추스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2014년 적자분은 사측이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 일시적으로 발생한 초과노동상승분 40억과 퇴직급여충당금 60억 등 총 100억 원을 제조원가에 반영한 데서 생긴 부분입니다. 퇴직급여충당금 60억은 실제로 지출된 돈이 아니라 통상임금 확대에 따라 예상되는 퇴직급여 금액이고요. 2015년에도 추가소송 충당부채, 중국법인 청산 손실, 노조파괴 용병 채용 취소에 따른 충당부채 등 80억이 적자로 반영된 겁니다. 회사가 정상적인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노조파괴 용병들을 채용하는 바람에 기존 노동자들의 초과근무가 증가했던 것도 초과 노동비용 발생 요인이 되었습니다."한씨는 갑을오토텍 2016년 1분기 경영실적이 약 21억 정도로 흑자로 돌아섰다며, 사측이 지금과 같은 노조파괴 공작을 하지 않았다면 올해 연 60억~100억 정도의 흑자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회사가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노조파괴와 직장폐쇄를 중단하고 노조와 성실하게 대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임금 줄여 일자리 나누기 했더니 노조파괴 '용병' 채용한 회사사측이 주장하는 '고액연봉'에는 과도한 노동시간으로 인한 연장수당 지급도 반영되어 있다.
갑을오토텍은 2014년까지 12시간 맞교대를 하다가 2015년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회 손찬휘 사무국장은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 이전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이 2800~3300시간에 이르렀다고 이야기한다.
"하루 25시간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일을 많이 했어요. 매일 잔업하고, 한 달에 1~2번 쉬면서 특근도 6~7개 씩 다 했고요. 돈은 많이 벌었는지 몰라도 몸이 다 상했어요. 돈 쓸 시간이 없더라고요. 몸도 힘들고..." 올해 23년 차가 되는 이승호(가명)씨는 주간연속2교대제 하고 나서 월급이 3분의 1 정도 줄었지만, 쉬면서 일할 수 있는 최근이 더 낫다고 이야기한다.
"주간연속2교대제 합의하면서 우리 잔업 특근을 쪼개서 노조에서 일자리 나누기로 신입사원 채용을 회사에 제안해서 60명을 채용하게 된 건데, 사측이 이걸 악용해서 특전사 출신 용병들을 채용한 겁니다. 우리가 뒤통수 맞은 거죠."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앞두고 노동조합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위해 스스로 생산성 10% 향상을 제안하면서 설비투자와 신규채용을 사측에 요구했었다. 노동조합에서는 10년 이내에 기존 직원의 70~80%가 정년퇴직을 하고, 그 자리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할 경우 인건비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했다. 노조 측의 계산으로는 당시 70~80명의 인원이 더 필요하다 생각되었지만, 회사 측에 부담이 될까봐 20여 명을 먼저 뽑을 것을 제안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회사는 60명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냈다. 노조에서는 이들 중 52명이 노조 파괴를 위해 모집된 '용병'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전국에서 지원한 600명은 이 '용병'들의 채용을 위한 들러리 역할을 한 셈이다. 노조파괴 '용병'들의 연봉은 신입사원 초봉의 2~3배에 달하는 4천 만 원~8천 만 원이었다. 52명에 대한 채용취소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서 노조 측의 제안으로 신입사원 채용 당시 실제 지원했다가 들러리가 되었던 1차 서류심사 합격자들에게 기회를 주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청년들 중심으로 30명을 채용하게 된다. 지난해 입사한 30명의 노동자들은 지금 갑을오토텍 투쟁에 함께 하며 함께 사는 지혜를 배우고 있다.
"꼭 누워야만 잠을 잘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눈만 감고 있어도 피로가 풀립니다."지난해 신규채용으로 입사한 강준영(가명)씨는 식사가 부실해서 더운 날씨에 다들 건강이 좋지 않다며 걱정을 한다. 입맛이 없어 밥이 안 넘어 갈 때도 있다. 30대 초반인 강씨는 갑을오토텍에 들어오기 전에 그 또래 청년들이 그러하듯 비정규직 사업장에서 일을 했다. 같은 일을 하거나 더 많은 일을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과 복지에서 차별받는 비정규직으로 일한 경험이 있기에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차별받지 않으면서 노동할 수 있는 경험을 선물해준 갑을오토텍이 그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다.
"형님, 아버지, 삼촌 뻘 되는 분들이 많으신데 잘 해 주세요.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투쟁하는걸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하루 빨리 회사와 교섭이 잘 되어 이 문제가 원만하게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