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월 13일 오전 국회에서 20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더민주의 신경민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법안심사소위 표결에서 동수 또는 반대가 한 명이라도 더 나오면 위원장이 상임위에 표결 올리자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소위에서 찬반이 똑같이 나왔다는 것은 부결로 해석되는데, 소위에서 막힌 법안을 위원장이 직권으로 올리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신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따져볼 청문회 건수가 10개도 넘는다. 국민들은 여소야대 만들어줬으니 뭔가 해보라고 하지만, 현재의 의석구조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데 우리 당의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야당으로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이를 현실화시키는 것도 녹록지 않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 천재지변 ▲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경우로 제한했는데,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국회의장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조항을 악용해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 야당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19대 국회에서 해당 조항의 위법성과 불합리성을 질타했던 야당이 20대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해서 당시 여당의 논리를 차용해 쟁점법안 통과를 시도할 경우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된다'는 명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의를 요청하면 야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박 대통령은 이미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작년 6월 25일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는데, 야당은 재의에 필요한 200석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법제화에 실패했다. 20대 국회의 상황도 달라질 게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로서 야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국회 임명동의안이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정도가 남아있다.
박지원 위원장은 "19대 국회는 직권상정과 본회의 표결처리도 가능했지만 20대국회는 합의가 안 되면 모든 게 안 되는 국회다. 국민의당은 개원 등 특수한 경우에는 능력을 보일 수 있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게 불가능하다"고 무력감을 토로했다.
박 위원장은 "국회의장이 야당(출신)이니 직권상정하고 본회의 표결처리하고 가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국회를 국민이 용서하겠냐"며 "국회선진화법을 여야 합의로 개정해야 한다. 개정하지 않으면 20대 국회는 19대보다 더 비난이 쇄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오전 원내정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아예 "차라리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 동물국회로 돌아가는 게 (지금의 식물국회보다는) 바람직한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결국 야당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아있다.
첫째, 여당이 원하는 것을 주고 야당이 원하는 것을 받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복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협상 결과에 항상 만족할 수만은 없는 야당 지지층의 원성을 사게 되고, 더 나아가 "여당과 야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둘째, 새누리당과의 국회법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이 야당 우위의 국회를 인정하는 방향의 법 개정에 찬성할 리 만무하고, 법 개정에 합의한다고 해도 뭔가를 안겨줘야 한다. 이런 상황에 답답해할 야당 지지층을 다독여야 하는 숙제는 계속 남게 된다.
결론적으로, 20대 총선으로 형식적인 여소야대는 만들어졌지만 실질적인 여소야대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어려운 숙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0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