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눈감은 지상파가 '리우'에 올인한 까닭

[리우 올림픽 기간 중 저녁종합뉴스 방송모니터 보고서]

등록 2016.08.25 13:34수정 2016.08.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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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우 올림픽 기간 중 방송 저녁종합뉴스 모니터 보고서 개요 ⓒ민주언론시민연합
리우 올림픽 기간 중 방송 저녁종합뉴스 모니터 보고서 개요 ⓒ민주언론시민연합민주언론시민연합

뉴스의 다양성마저 하락시킨 지상파 3사의 '올림픽' 보도 행태

지난 8월 6일 개막한 2016 리우 올림픽이 1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8월 22일 폐막했다. 12시간의 시차와 각박한 경제 상황에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올림픽은 시청자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사들의 앞 다툰 보도 경쟁으로 사실상 '저널리즘의 마비'를 불러왔다.

우병우 민정수석 비리 의혹, 위안부 합의 문제, 세월호 특조위 단식 등 간과할 수 없는 많은 사건이 있었음에도 지상파 3사는 톱 보도와 주요뉴스에 리우 올림픽 보도만을 쏟아냈고, 이런 '올인' 보도에 중대한 사회적 의제들은 말 그대로 '실종'되어 버렸다.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은 리우 올림픽 기간 중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가 무슨 뉴스를 어떻게 보도했는지, 올림픽 관련 보도는 얼마나 차지했는지 모니터해 보았다. 그 결과 지상파 저녁종합뉴스의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지나치다 할 정도로 과했고, 주요 사안에 대한 외면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 마디로 심각한 '편중' 보도였다.

올림픽에 '올인'한 지상파, 종편은 상대적으로 '조용'

리우 올림픽이 시작하기 전날인 5일, KBS의 톱 보도를 시작으로 16일간 1427꼭지의 지상파 저녁종합뉴스 중 615꼭지(43%)가 리우 올림픽에 관한 보도였다. 이 중 44%가 주요 뉴스에 해당하는 1~6번째 꼭지에 보도되었다.(<표2> 참조)

뉴스 구성이 조금씩 다르지만, 모든 저녁종합뉴스에서 보도한 뉴스 중에서 날씨 이외에 모든 보도를 카운팅했다. 그 결과, 저녁종합뉴스의 43%가 리우 올림픽으로 채워진 것이다.


 <표1> 7개 방송사 올림픽 보도 비율(8/5~8/23) ⓒ민주언론시민연합
<표1> 7개 방송사 올림픽 보도 비율(8/5~8/23) ⓒ민주언론시민연합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주말에는 뉴스 대부분이 리우 올림픽 내용으로 채워졌으며, 그 비중이 47%에 달했다.(<그림1> 참조) 리우 올림픽 뉴스를 가장 많이 보도한 KBS <뉴스9>는 8월 13일 토요일 방송에서 22건의 뉴스 보도 중 64%에 해당하는 14건을 리우 올림픽 소식으로 전했다.

시간으로 살펴봐도 전체 37분 37초의 뉴스 보도 시간 중 무려 25분을 리우 올림픽 보도에 할애했다. 남은 8건의 보도 내용도 대부분 폭염과 사건 사고에 관한 내용이어서 사실상 리우올림픽을 제외한 다른 뉴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림1> 지상파 3사의 보도량 대비 올림픽 보도 (8/5~8/23)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림1> 지상파 3사의 보도량 대비 올림픽 보도 (8/5~8/23) ⓒ민주언론시민연합민주언론시민연합

반면 종편 방송사들은 전체 1949개의 뉴스 아이템 중 193건만을 리우 올림픽 뉴스로 보도해 10% 정도의 보도율을 보였다. 올림픽 열기로 가득한 지상파에 비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는 지상파와 종합 편성 채널간의 중계권 다툼의 영향으로 보인다.

올림픽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 3사와 종편채널간의 중계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중계권이 없는 종편채널은 중계가 끝난 뒤 지상파 3사가 제공하는 4분 이상의 뉴스용 영상 이외에 리우 올림픽에 관해 보도할 수 없었다. 리우 올림픽이 사실상 지상파 3사의 '독점'으로 보도된 이유다.

하지만 지상파 3사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상파 3사의 열렬한 홍보에도 리우 올림픽의 시청률이 역대 최저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이번 리우 올림픽 중계로 지상파 3사가 모두 대규모 적자를 볼 것으로 추산된다.

시차로 인해 주요 경기가 새벽에 몰린 데다 경제 상황이 나빠져 광고주들이 빠져나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리고 이는 저녁종합뉴스의 '스포츠 뉴스화'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중계권을 사기 위해 큰 비용을 부담한 지상파 방송사들이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저녁종합뉴스조차 올림픽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톱뉴스만 '11건', 공중파에 가장 중요한 뉴스였던 '리우 올림픽'

이렇듯 올림픽 동안 '리우' 보도는 가장 중요한 뉴스였다. KBS는 16일간의 보도 중 무려 11건을 '리우올림픽'을 톱뉴스로 보도했다. SBS는 9건, MBC는 6건을 톱 보도로 배치했다.

뉴스의 앞머리에 해당하는 주요 뉴스(1~6번째 보도)에 리우가 배치된 것도 60여 건에 이른다. 그날 가장 중요한 이슈에 해당하는 톱뉴스와 주요 뉴스가 모두 리우 소식으로 도배된 것이다. 전체 리우 올림픽 보도 중 주요 뉴스에 배치된 비율을 따지면 지상파 3사 종합 44%로 얼마나 많은 뉴스가 메인에 배치되었는지 알 수 있다.

 <표2> 7개 방송사 올림픽 주요뉴스 배치 현황(8/5~8/23) ⓒ민주언론시민연합
<표2> 7개 방송사 올림픽 주요뉴스 배치 현황(8/5~8/23) ⓒ민주언론시민연합민주언론시민연합

저녁 종합뉴스들은 이미 뉴스 말미에 스포츠 뉴스를 코너로 두고 있고, 중계권을 독점하고 있는 지상파 3사는 생중계와 후속 보도로 충분히 소식을 전할 기회가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13건이나 14건에 걸쳐 스포츠 뉴스를 방불케 하는 '리우 종합 뉴스'를 보도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더군다나 그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다. 이에 민언련은 리우 올림픽 동안 방송사들이 어떤 의제를 선정하고 보도했는지 조사했다.

뉴스의 질마저 떨어트린 '리우 올림픽' 도배

 <표3>올림픽 기간 중 이슈 보도 통계(8/5~8/23) ⓒ민주언론시민연합
<표3>올림픽 기간 중 이슈 보도 통계(8/5~8/23) ⓒ민주언론시민연합민주언론시민연합

한정된 저녁종합뉴스 시간에 10꼭지에 걸쳐 올림픽 소식을 전하는데 다른 주요 이슈들이 심층적으로 보도될 리가 없다. 방송사들은 올림픽 보도에 치중해 사회의 주요한 이슈들을 소홀히 전달하고 상황전달에만 머무는 피상적인 보도행태를 보였다.

특히 지상파 3사는 올림픽 동안 정국의 가장 중요한 이슈였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의혹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특감 수사 내용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5일부터 15일까지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의혹은 1건도 보도되지 않았으며, 그나마 보도한 것 역시 8월 16일 보도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상황 누설 의혹과 관련해 간략하게 우병우 수석 보도를 했을 뿐이다. 또, 보도 방식 역시 지상파 3사간의 보도에서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부와 검찰의 입장만을 전달했다.

지상파가 보도를 누락한 이슈도 존재했다. 지상파 3사는 세월호 기억교실 이전, 특조위 단식 등 많은 이슈를 낳았던 세월호 보도를 단 한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또한 공천 파동에서 시작된 새누리당의 전당대회 '오더 투표' 논란 역시 1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9일과 10일 지상파 3사가 '리우' 소식도 제쳐놓고 이정현 신임 대표의 대표취임식을 톱으로 보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교부의 '굴욕 합의'로 현재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위안부 합의와 화해·치유의 재단의 출연금 '10억 엔'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금이 곧 준비될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간략하게 보도하는 선에서 그쳤다. 반면 리우 올림픽에 소극적인 보도를 했던 종합편성 채널은 90건에 가까운 이슈 보도로 지상파 3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보도를 전했다.

지상파 3사는 리우 올림픽 보도에 치중하면서 저녁종합뉴스에서 다루는 뉴스 아이템 숫자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뉴스 대부분이 '리우 올림픽', '폭염', '사건·사고' 등 중복으로 보도되면서 뉴스의 다양성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그림2> MBC ‘뉴스데스크’ 7월(7/5~7/23)과 8월(8/5~8/23) 뉴스 아이템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림2> MBC ‘뉴스데스크’ 7월(7/5~7/23)과 8월(8/5~8/23) 뉴스 아이템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민주언론시민연합

단적으로 8월 11일 MBC <뉴스데스크>에는 총 27건의 뉴스가 보도 되었지만 '폭염' '누진제 개편' '리우 올림픽' 등으로 아이템을 나눠보면 단 10건의 뉴스 아이템만이 실질적으로 보도되었다.

이전 기간의 <뉴스데스크>에 비해 아이템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의 7월과 8월 같은 기간 뉴스에서 보도한 아이템이 몇 건이었는지 살펴본 결과, 7월은 평균 21가지 아이템을 보도했지만, 올림픽이 시작된 8월 같은 기간엔 평균 11가지 아이템을 보도했다. '리우 올림픽'의 도배가 뉴스의 다양성마저 하락시킨 것이다.

4년마다 한 번 찾아오는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은 분명히 큰 뉴스가치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저녁종합뉴스까지 올림픽으로 도배되는 상황, 특히 국민의 알권리와 여론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상파 3사의 뉴스가 이처럼 올림픽에 올인하는 상황은 분명 문제이다. 스포츠가 민생 모두를 덮고도 남을 가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언련 #리우올림픽 #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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