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돕기 행사2016년 2월 25일 사단법인 한국서협 윤점용 이사장 인도네시아 방문 기념 장학금 전달식.
손인식
나는 지금 신선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더불어 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남쪽으로 60km 지점 보고르(Bogor) 지역의 한 산마을이다. 연평균 기온이 22도에서 27도인 이 산마을은 추위도 폭염도 없는 곳이다. 햇빛과 바람이 넉넉하고 강우량도 풍부한 그야말로 낙원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자연 풍광에 깃들어 살아서 그럴까, 내가 보고 느끼기엔 이 마을에 사람들 또한 사는 모습이 딱 신선 형세다. 도대체 욕심이 없고 급한 것이 없다.
인도네시아 사람들 기질이 대체로 느리고 욕심이 없어서 행복도가 높다고 하지만, 이곳에 살다 보니 그보다 "산천과 사람은 닮는다"는 우리의 옛말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들은 참 게으르다. 만사에 별 의욕이 없는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웃으로서 내가 보는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와 다른 사람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툼이 거의 없다. 4년여를 산 지금까지 이 마을에서 다투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싸우는 모습은 더더욱 보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더불어 사는 나다. 나 역시 이 산마을에 살게 된 이후 생각이 많이 변했다. 우선 기온과 공기, 풍광이 좋으니 늘 기분이 좋다. 연중무휴로 자라는 텃밭의 먹거리와 과일은 '아 여기서 이렇게 살면 굶어 죽지 않고, 얼어 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를 썩 느긋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여기저기서 쉬지 않고 피고 지는 꽃들은 나를 늘 웃게 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나는 커피 한 잔 끓여 마시는 것도 신선놀이로 생각하고 한다. 등산길에 만난 산마을 촌부가 모은 커피 루왁을 사와 껍질을 벗겨 몇 번이고 씻고 또 씻은 다음, 볶는 것도 내리는 것도 이리저리 실험하는데 이 모두가 흥미 만점이다. 기호로 잠시 마시는 것치고는 시간 소비가 과하다면 과하다. 하지만 그도 즐기다 보니 재미가 쏠쏠하다.
또 있다. '백주부'가 애칭인, 요리사이자 인기 방송인 흉내를 내며 뭔가 먹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이 또한 창작이다 싶으니 호기롭기까지 하다. 즐기기도 파급이 되는 것이 분명하리라.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이 줄어들면서 '일상을 즐기자' 주의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세상사 즐기면 다 신선놀음이고, 따져보면 신선놀음의 대상 또한 지천인 것 같다. 일로 치면 일이던 것이 놀이로 치니 모두가 놀이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