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가 물었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죠?"

[책리뷰]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그래도 계속 가라>

등록 2016.08.31 10:53수정 2016.08.3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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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손주가 단 둘이 앉아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손주는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모습. 할아버지에게 응석을 부리며 세상에 대해 투덜투덜하는 손주, 미소 어린 표정으로 그런 손주를 귀엽다며 어루만져주는 할아버지. 너무 전형적인 이미지이지만, 이런 이미지가 주는 따스함과 뭉클함이 나는 좋다.

옆에 앉은 손주를 바라보며 할아버지는 힘이 될 이런저런 지혜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겠지. 모든 할아버지가 다 지혜로운 건 아니지만, 삶을 정직하게 살아낸 할아버지라면 분명 지혜로울 것이다. 그런 할아버지를 둔 손주는 삶의 버거움을 토로하며 할아버지에게 답을 구하고자 하겠지. 삶이 뭐 이런지. 혹, 할아버지는 그 이유를 알고 있는지.


a  책표지

책표지 ⓒ 조화로운 삶

외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고, 친할아버지와는 특별히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다. 두 할아버지는 내 삶에 유전자 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셈이다. 그런데도 나는 할아버지란 존재가 가끔 그립다.

할아버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다. 그래서 가끔 이런 이미지도 그려 보고, 그래서 가끔 이런 책도 읽어 보는 걸 테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나 <할아버지의 기도>, <그래도 계속 가라> 같은 책을.

최근 며칠 동안엔 <그래도 계속 가라>를 읽었다. 제레미라는 한 교사가 삶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할아버지를 찾아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형식을 띠고 있는 책이다.

제레미는 할아버지를 찾아가 이렇게 묻는다. "할아버지,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죠?" 손주의 질문에 할아버지는 슬픔과 두려움에 대해, 강함과 약함에 대해, 고난과 역경, 노력과 용기에 대해, 포기와 눈물, 절망과 희망에 대해 차분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이 모든 이야기는 손주에게 마지막 이 말을 하기 위함이었다는 걸 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들은,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손주들은 알게 된다. "그래도 계속 가라." 비통한 마음에 눈물이 날지라도, 사방이 절망으로 가득할지라도, 비탄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릴지라도, 폭풍 속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을지라도,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한 걸음 한 걸음' 계속 걸어가라 말한다.


삶이 이렇게 힘든 건, 원래 그런 것이니, 우리에겐 이를 바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라며. 다만, 이런 삶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삶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할아버지는 삶이란 크나큰 여행이라고 말한다.

"삶은 계속 진행되고 있단다. 하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지. 삶은 우리에게 여행을 마련해 줄 뿐만 아니라, 여행할 이유도 무수히 제공해 준단다. 성공, 권력, 명예, 영향력, 부, 만족감, 목표 등등 말이다. 그래 놓고는 우리를 실패에 빠뜨리려고 우리 앞길에 장애물과 도전장을 던지지.

우리는 우리 여행의 마지막을 알려주는 수단으로, 정해진 양의 실패와 성공을 부여받은 채 여행을 시작하지는 않아.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일정량의 성공이나 일정량의 실패를 하고 나면 우리 여행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렇게 믿고 있더구나.

흔히들 우리가 얼마나 훌륭하게 성공했는지, 혹은 얼마나 비참하게 실패했는지에 따라 삶이 우리를 평가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 삶은 우리를 전혀 평가하지 않는 것 같더구나.

적어도 우리가 우리 자신을 평가하는 것과 같은 방식은 아니지. 아마도 삶은 우리가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을 기대하지도 않을걸. 삶은 그저 전체에 더하거나 빼기 위하여 우리가 여행하기만을 바라고 있을 게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우리 각자의 삶의 마지막에 이르게 되면, 우리는 우리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예가 될 거라는 말이지. 우리들 가운데 몇몇은 유감스럽지만 부득이하게도 어떻게 살지 말아야 하는가를 보여 주는 예가 되겠지.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예가 될 터이고..." - 본문 중에서

덧붙이는 글 <그래도 계속 가라>(조셉M.마셜/조화로운삶/2008년 03월 21일/9천8백원)
개인 블로그에 중복게재합니다.

그래도 계속 가라

조셉 M.마셜 지음, 유향란 옮김,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2008


#그래도 계속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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