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의 단식이 13일째 진행되고 있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신임대표가 단식 중인 유가족들을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세월호 희생자 고 유예은양의 할머니를 만나 위로 하고 있다.
이희훈
이날 이 할머니를 만난 시각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첫날 광화문광장을 찾기 1시간 전이었다. 아들 유 위원장이 단식을 시작한 이유는 "무기력한 야당"을 탓하기 위해서다(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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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의원의 방문 소식을 알리자, 이 할머니는 "정말 야당답게, 야당답게 좀 강하게 나가서 일을 해야지, 왜 그렇게 눈치만 보고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얼마 전, 동조단식에 나선 한 더민주 의원이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문제해결이 어렵다'라고 말해서, 제가 버럭 소리를 냈어요. 그럼 세월호에 탄 304명은 법대로 해서 죽였어요? 어디서 법을 따져요. 야당은 여소야대가 된 걸 알긴 아나요? 왜 국민들이 밀어줬는지 알긴 아나요? 그 의원이 '정권교체'를 이야기해서 제가 또 그랬어요. 그렇게 수더분하게, 회색빛으로 정치하면서 어떻게 정권교체 생각을 해요? 지금 봐서는 지지를 얻기는커녕 다 깎이게 생겼어요."잠시 목소리를 가라앉힌 이 할머니는 추 대표를 향해 "자꾸 여당에 끌려다니지 말고, 그냥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이 원하는 것을 이뤄 달라"라고 호소했다.
이 할머니와 인터뷰를 마친 뒤, 곧이어 추 대표가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분향소를 찾아 제단에 국화꽃을 올린 추 대표는, 이어 유 위원장을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을 벌이고 있는 농성장을 찾아 "단식을 멈춰 달라"라고 요청했다. 추 대표는 "당 원내 차원에 머물던 세월호 대책위를 당대표 지휘 아래로 옮기고, 최고위원 한 분을 정해 지휘하도록 하겠다. 야3당과의 공조도 잘 이뤄 국회 차원의 대책이 서도록 하겠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에 유 위원장은 "저희의 요구사항에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안 통과도 있다. 조금 더 기다릴 수 있다"라며 단식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유 위원장은 "추 대표와 더민주를 못 믿어서가 아니다. 오늘 이렇게 의지를 밝혀줬으니 당 차원의 노력을 믿는다"라며 "그 의지를 믿고,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 앞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자. 아직 튼튼하다. 걱정 않으셔도 된다"라고 정중히 거절했다.
농성장에서 일어난 추 의원은 동조 단식을 벌이고 있는 시민들을 만난 뒤, 여전히 팻말을 들고 서 있는 이 할머니를 찾아 포옹을 나눴다. 이 할머니는 "나는 죽어도 되니, 우리 아들은 꼭 살려 달라"라며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