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고산지대 야생화 군락지

천제단을 통해 백두대간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다

등록 2016.09.01 17:01수정 2016.09.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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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 연구소와 함께 지난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7박 8일동안 백두대간중 태백산부터 소백산까지 생태 탐사를 하였습니다. 탐사 내용을 생태적 측면에서 초본과 목본, 관리적 측면에서 실태 현황, 인문학적 관점에서 태백산과 소백산을 나누어 총 5회에 걸쳐 싣고자 합니다. - 기자 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백산은 웅장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흙산으로 후덕함을 가진 산으로 정상에는 고산식물이 자생하고 있고, 천제단 주변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이 군락을 이뤄 생명체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이루어진 태백산에서 소백산까지의 생태탐사는 지난 98년부터 훼손되는 백두대간을 지키기 위해 환경단체들로 조사단이 구성되어 매년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는 태백산까지 조사가 이루어져 그 의미가 더욱 컸다.

백두대간 태백산에서 소백산까지 탐사 구간 마루금. 탐사 인솔자인 산악인 김동화씨 제공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 구간을 마루금 따라 표시한 지도
백두대간 태백산에서 소백산까지 탐사 구간 마루금. 탐사 인솔자인 산악인 김동화씨 제공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 구간을 마루금 따라 표시한 지도박진우

천제단에서 시작한 초본 중에 탐사단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 식물은 며느리밥풀꽃이다. 시집살이 하는 며느리가 너무나 배가 고픈 나머지 시어머니가 고이 보관해 둔 종자씨로 밥을 지어 먹었다가 쫓겨나 굶어 죽은 무덤에서 피어난 보라색 꽃. 그 꽃 잎(며느리 입)안에는 눈이 부시도록 하얀 쌀 두 알을 물고 있어서 춥고 배고팠던 가난의 시절에 배고픔과 눈물로 보낸 시집살이의 힘듦을 알리며 피어난 꽃이라 한다.

오늘은 그 며느리들이 야유회를 왔는지, 여기 저기 모여 살아 생전 힘들었던 시집살이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 놓은 것처럼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돋보기를 꺼내 들여다보니 조심스럽게 웃고 있는 꽃 잎 속에 밥알을 물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이쁘던지.

백두대간 탐사시 태백산에 서식하는 며느리밥풀꽃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태백산 마루금에 군락을 이뤄 서식하는 며느리밥풀꽃
백두대간 탐사시 태백산에 서식하는 며느리밥풀꽃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태백산 마루금에 군락을 이뤄 서식하는 며느리밥풀꽃 박진우

태백산은 대륙성 기후의 특성이 강하며, 연강수량은 1,019.3㎜이고 얼음이 되는 결빙 일수가 168일이나 되는 고산지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태백산의 금대봉과 함백산(만항재) 일대는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들의 쉼터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야생화군락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어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소백산까지 가는 길에 큰앵초, 꿩의바람꽃, 한계령풀, 얼레지, 말나리, 일월비비추 등 봄과 여름의 전령들은 꽃이 져 있었지만 둥근이질풀, 큰까치수염, 노루오줌 등은 아직도 꽃이 피어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속담이나 설화 등에 신(선)과 인간을 연결하는 신비스런 동물이자 사자로 등장하는 노루. 천제단도 하늘을 여는 곳이라 그런지 태백산에는 노루와 관련한 꽃들도 많이 있었다.

이른 봄 살얼음을 뚫고 나오는 노루귀꽃(흰색, 분홍색, 보라색)은 꽃이 지고 나서 잎이 나오는데 그 잎이 노루귀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로 노루귀와 새끼노루귀, 섬노루귀로 3종이나 된다고 한다. 과거 환경운동 활동가 시절 제주의 오름에서 보았던 새끼노루귀를 생각하며 열심히 찾아본다.


꽃과 뿌리에서 찌릉내가 난다고 하여 노루오줌(범의귀과), 그 찌릉내가 나는 꽃에도 곤충들은 좋다고 찾아들고 있었는데 꽃에다 코를 묻어 냄새를 맡아 보아도 노루오줌 냄새는 맡을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노루오줌 냄새를 한번도 맡아본 적이 없으니 그 냄새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지에서 자주 볼수 있는 상록의 다년생 초본으로 꽃이 노루 발을 닮아서 노루발(노루발과), 그리고 잎이 삼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노루삼(미나리아재비과)이 머루처럼 검정색 열매를 맺어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노루참나물 등 노루와 관련한 많은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백두대간 마루금에 서식하는 노루오줌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태백산 마루금에 서식하는 노루오줌
백두대간 마루금에 서식하는 노루오줌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태백산 마루금에 서식하는 노루오줌박진우

태백산을 한참 가다보니 키가 큰 나무들 밑에 작은 식물 중에 해맑은 미소로 맞이한 꽃. 암자에서 생활하던 젊은 스님이 마을에 볼 일이 있어 동자승이 먹을 저녁까지 준비하고, 해가 지면 밥을 먹으라고 한 후 마을로 갔으나 눈이 너무 많이 와 암자로 돌아가지 못하였다. 이때 동자승은 큰 스님을 걱정하며 함께 저녁을 먹을려고 기다리다 밥도 못 먹고 얼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느 여름날 동자의 무덤에서 피어났다는 꽃으로 꽃말이 '기다림'이라고 한다. 이 동자꽃이 앳된 모습이지만 무더운 여름날 해맑은 미소로 활짝 웃으며 탐사단을 맞이해 주었다. 우리 또한 동자승이 그 마음이 온 누리에 널리 퍼지길 기원하며 발길을 또 옮겼다.

북향을 향한 바위에는 바위떡풀이 하얗고 가느다란 꽃을 피우며 씨앗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처녀의 치마를 닮았다는 처녀치마도 바위 밑에 작은 생명을 내리고 있었다.

태백산 용정각을 지키는 두메고볼빼기와 비둘기 한쌍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태백산 천제단에 천제의 제수로 사용하는 하늘아래 첫 샘물인 용정을 지키는 비둘기 한쌍
태백산 용정각을 지키는 두메고볼빼기와 비둘기 한쌍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태백산 천제단에 천제의 제수로 사용하는 하늘아래 첫 샘물인 용정을 지키는 비둘기 한쌍박진우

태백산 망경사 용정각 주변에는 노란 꽃을 피운 두메고돌빼기가 군락을 이뤄 용정각의 분위기를 밝게 해주었다. 용정각을 지키는 사자처럼 비둘기 한 쌍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경계근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두메고돌빼기는 척박한 환경에도 강인하게 잘 자라며 12지신(十二支神)을 의미하는지 꽃잎이 12개로 되어 있고, 꽃잎 끝이 네모로 되어 어린아이 앞니를 닮았다 하여 이름을 지었다 한다. 꽃대와 씨앗을 맺어 있는 것으로 보아 2년생이고 이제 운명을 달리할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산나물의 왕으로 불릴 만큼 우리의 미각을 살려주는 대표적인 산채(山菜)이기도 하여 삼겹살에 싸 먹거나 일상 한국인의 밥상과 함께하는 취나물이 태백산과 소백산에는 자주 나타나 입맛을 돌게 하였다. 단백질, 칼슘, 인, 철분 등이 많고 여러 종류의 비타민이 풍부하여 잎은 산채로, 뿌리는 약재로 이용되어 민초들의 삶과 함께 해온 식물이기도 하다.

백두대간 마루금에 서식하는 단풍취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태백산 마루금에 서식하는 단풍취로 다양한 취나물이 서식하고 있었음
백두대간 마루금에 서식하는 단풍취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태백산 마루금에 서식하는 단풍취로 다양한 취나물이 서식하고 있었음박진우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취나물은 곰취, 참취, 개미취, 미역취, 수리취, 분취, 단풍취, 바위취, 개암취, 각시취 등으로 우리나라에 있는 취나물종류만 해도 70여 종 이상이 된다고 하니 취나물이 환경에 적응을 하기 위한 생존의 노력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강원도를 대표하는 음식인 곤드레나물로 유명한 쌍떡잎식물인 국화과의 여러해 살이풀 고려엉겅퀴도 군데군데 보이면서 입맛을 돌게 하였다. 이 고려엉겅퀴는 다른 엉겅퀴와는 다르게 가시가 없으며 어린 잎을 따서 잘 말린 뒤 밥을 할 때 푹 삶아서 쌀과 함께 밥을 하여 먹는데 고려가시나물이나 도깨비엉겅퀴로도 불린다. 그리고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밥상에서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태백산과 소백산의 마루금에는 이외에도 짚신나물(현학초)과 함께 두루미꽃, 보라와 노랑, 하얀색의 물봉선화, 마우, 하얀 꽃의 바위떡풀, 빈도리, 개당귀, 태백말발도리, 노랑무늬붓꽃, 개병풍, 복주머니란, 기생꽃, 등을 비롯한 수종의 희귀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또 태백제비꽃, 뫼제비꽃, 둥근털제비꽃, 금강제비꽃, 노랑제비꽃, 단풍제비꽃, 태백바람꽃, 동의나물, 들바람꽃, 미나리냉이, 여로, 박새, 천남성, 기린초, 뱀톱, 꿩의바람꽃, 벌깨덩굴, 나도바람꽃, 복수초, 앵초, 나도양지꽃, 산괴불주머니, 삿갓나물, 달래, 족도리풀,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등 총 100여 종의 초본 식물이 자라고 있다 한다.

마루금 따라 가는 능선에는 탐방객들의 발자국으로 등산로가 형성이 되어 있다. 탐방객들의 등산화로 눌러진 토양에는 식물들이 다 죽고 황토색의 속살을 내놓고 있었다. 훼손된 등산로 좌우로 그늘사초와 대사초 등이 햇살을 받으며 자라면서 집중호우시 토양의 유실을 막아 마루금의 더 큰 훼손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꼈다.

이번 탐사에서 초본을 총괄하여 조사를 담당한 전숙자씨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에 서식하는 식물상을 기록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게 되어 기뻤다.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태백산과 소백산에 자생하는 초본들의 개체수와 종을 파악해서 보호하고, 산을 찾는 사람들이 우리의 자생종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초본 조사중 잠시 휴식중인 전숙자씨와 관계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초본을 조사중인 관계자들. 앞쪽부터 초본 책임자인 전숙자, 이은학, 김나림, 박진우, 한성진,  이규석씨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초본 조사중 잠시 휴식중인 전숙자씨와 관계자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초본을 조사중인 관계자들. 앞쪽부터 초본 책임자인 전숙자, 이은학, 김나림, 박진우, 한성진, 이규석씨박진우

전국의 산하가 외래종으로 몸살을 알고 있는데 비해 이번 탐사 구간인 태백산과 소백산 구간에는 외래종들이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 귀화식물인 개망초와 달맞이꽃 등 3, 4종 정도만이 도로가 있는 탐방객 초입에서 찾을 수 있었고, 능선과 마루금에는 찾을 수가 없었다. 향후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질 경우 백두대간은 우리의 자생식물의 보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태백산은 대한민국에서 22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다음 달부터는 강원도와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지 않고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가 이루어진다. 7일 동안 태백산과 소백산을 탐사 과정에서 너무나 뚜렷한 관리 현황의 차이를 보았다. 앞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백두대간 보호 사업을 추진해 주리라는 마음들을 모아 보았다.
#백두대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생태탐사 #마루금 #태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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