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연
대한민국은 위험 사회다. 바깥(세월호)도 위험하지만 안방이라고 안전하진 않다. '가습기 살균제 리포트'(이규연 외. 2016.9.9. 중앙북스. 1만5000원)는 바로 지난 몇 년간 수많은 어린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다룬 책이다. 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지난 5월 3부작으로 방송한 내용을 중심으로 살을 붙였다.
미래학자이자 탐사 저널리스트인 이규연은 이런 초유의 사태가 감춰진 건 정부와 기업, 전문가, 대형로펌이 만든 '침묵의 카르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언론도 이들의 '검은 망토'를 걷어내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자는 우리 언론이 좀 더 일찍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쳤다면 사망자도 줄고 피해 보상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을 거라고 일갈한다.
가습기 살균제뿐일까. 지금도 정부와 일부 세력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린 위험을 드러내 고치기는커녕 감추기 급급하다. 그들에게 '노란 리본'은 망각해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상징하는 게 아니라, 불온한 세력을 구분하는 낙인일 뿐이다.
이 책은 '안방의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두고두고 기억하기 위한 '노란 리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