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도로임에도 지명을 다르게 적은 사진(명치통과 명치정통)
조종안
위는 우연한 기회에 군산의 어느 동사무소(주민 센터) 민원실에 들렀다가 찍은 일제강점기 군산부(府) 거리 사진이다. 일제가 자신들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엽서 사진을 확대 복사해서 전시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설명에 거리 이름만 있을 뿐 언제 찍었는지 시기는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오른쪽 위 명치정통 사진에서 1930년 12월 11일 화재로 사라진 군산공회당(상공회의소) 지붕이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1920년대 중후반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시된 사진은 모두 14장. 수탈의 아픔이 느껴지는 거리사진 외에 하얀 연기를 숨 가쁘게 뿜어내며 달리는 증기기관차, 한가롭다 못해 쓸쓸하게 느껴지는 번영로(전주-군산 도로), 60~70년대 월명공원 산동네 입구, 아이스케이크 노점상 할아버지 모습 등이 만감을 교차하게 하였다.
'금주통, 전주통(영화동), 명치통(중앙로 1가), 명치정통, 중앙로, 영동상가, 영정통, 본정통(해망로), 조선은행앞도로, 군산선, 번영로, 금동, 성광교회골목길, 유곽거리(명산동)'
주민 센터에 전시된 사진 제목들이다. 일제에 대한 분노와 아련한 추억이 교차하는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제목과 비교하며 감상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다. 일본식 지명인 정(町)과 통(通)이 겹치거나 일제강점기 존재하지 않았던 도로명이 표기되어 있어서였다. 제목도 일관되지 않아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기자를 의아하게 했던 사진 제목은 ▲ '명치통(중앙로 1가)'과 '명치정통' ▲ '금주통'과 '전주통(영화동)' ▲ '영동상가'와 '영정통' ▲ '본정통(해망로)'과 '조선은행앞도로' 등이었다.
명치통과 명치정통 사진의 정확한 표기는 '명치정 1정목'과 '명치정 2정목'이다. 명치정은 부청을 중심으로 군산공원 방향은 명치정 1정목, 군산경찰서 방향은 명치정 2정목이었다. 그럼에도 아무런 설명 없이 끝말이 겹치는 지명을 표기해서 헷갈렸다. 일제강점기 군산에는 명치통도 있었고, 명치정도 있었고, 명치정통도 있었던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하였다.
혼마치로 불리었던 본정(本町:지금의 해망로)은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근대건축관) 앞 사거리를 경계로 군산세관 방향은 본정 1정목, 째보선창 방향은 본정 2정목이었다. 따라서 본정통 역시 끝말이 겹치는 지명으로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