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찾아가는 계양구 수로 낚시터 밤낮 풍경
이정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에게도 힘 좋은 입질이 찾아왔다. 호기롭게 건져 올린 녀석은 15cm급 붕어다. 금빛 단단한 근육질에 매끈하게 빠진 녀석의 몸매가 내 손길을 더욱 자극시킨다. 움켜쥔 녀석의 몸에선 끈적거리는 이물질이 흘러나온다. 녀석과 내가 혼연일체 된 카타르시스의 순간이다.
붕어를 담아놓은 살림망에선 벌써 10여 마리가 힘을 과시한다. 한 달 만에 얻은 성과치고는 꽤 좋은 성적이다. 시간이 지나 이내 빨간 저녁놀이 수로 주변을 물들인다. 어둠이 살포시 내려앉은 수로 주변엔 케미컬라이트(찌불) 불빛이 별처럼 빛나고 있다. 이내 붕어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고 다음을 기약한다.
연휴 셋째 날 아침 다시 수로로 향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조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강태공 선배와 함께 찾았다. 붕어 포인트를 잡고 주변을 둘러본다. 같은 곳이지만 낚시터는 언제나 다른 빛깔을 선보였다. 마치 변함없이 반겨주는 사랑하는 사람의 애잔한 눈빛처럼 말이다.
채비를 마치고 대를 던진다. 찌가 서서히 올라서며 강태공의 설렘을 고조시킨다. 이내 작은 움직임이 두세 번 포착된다. 그러더니 마치 우주의 에너지가 끌어올리듯 서서히 하늘로 찌가 솟구친다. 힘차게 낚아챈 대의 끝에서 짜릿한 힘이 느껴진다. '첨벙첨벙' 붕어는 나와 힘겨루는 데 지쳐 서서히 그 모습을 비친다. '우와!' 내 생애 최고의 한 수다. 23cm 실한 녀석이 나를 반겼다. 옆에 있던 선배와 감격의 포옹을 나눈다.
선배의 자리에서도 입질이 포착. '아니 이게 웬 걸~' 힘 좋은 붕어가 낚싯대를 통째로 낚아 채갔다. 바늘을 문 채로 저 멀리 도망쳐갔다. 신호를 알리는 찌는 계속 오르락내리락 춤을 춘다. 당황한 선배가 대를 가져오려 용을 썼다. 옆에 있던 낚싯대의 바늘을 꿰어 끌어올려는 심사다. 그 순간 허걱! 꿰어져 있던 바늘이 내 쪽으로 튕겨 나와 내 입술을 정확히 꿰었다. '아으읔!'
주변에 있는 강태공들도 놀란 모양이다. 서둘러 입술에 꿰인 바늘을 빼냈다. 찢어진 입술에서 피를 토했다. '아~낚시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구나' 순간 후회와 나쁜 심경이 섞여 나온다. 그제야 선배의 무안함을 느낀 나는 아무 일 없듯 또 낚싯대를 던진다. 피식 헛웃음이 나온다.
짧은 해프닝이었지만 십년 감수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낚시 예찬을 펼친다. 그 후 이틀 간의 낚시는 시간과 인내와의 싸움으로 끝났지만 평화로운 풍경에 충분히 만족했다. 모든 일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시간도 인내도 필요하다. 다 때가 있기 마련이다. 아쉬움, 고통, 기쁨, 미련 등등 낚시는 정말 삶의 희로애락과 닮아 있다.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마시오, 신나게 낚시했으니